20여일 후면 수확할 나락이었다. 내년 봄 풍년농사를 기원하며 모를 심을 이앙기였다. 알알이 영글던 이삭은 갈아엎었다. 도청에 반납하려던 이앙기는 부숴버렸다. 10여분 만에 논은 흙탕물로 변했고 농기계는 산산조각이 났다. 분에 찬 농민들은 머리를 밀었다. 이마에 맺힌 땀방울엔 잘린 머리카락이 붙어 흘러내리지 않았다. 삭발하는 내내 두 손에 든 손종이엔 ‘쌀 전면개방 선언 무효’가 또렷이 적혀 있었다.
지난 1일 정부의 쌀 시장 개방에 반대하는 농민들은 전국 각지에서 투쟁선포식을 열었다. 평택, 춘천, 당진, 부여, 예산, 괴산, 고창, 정읍, 진주, 창원 등지에서 논을 갈아엎고 농기계를 부수고 트랙터를 앞세워 ‘쌀 전면 개방 철회’를 정부에 요구했다. 오는 18일엔 전국 시군 동시다발 농민대회, 27일엔 식량주권 지키기 제2차 범국민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사진은 9월의 시작과 함께 열린 시군농민회 투쟁선포식, 그날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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