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소포장 수취가격 도움 될까 … 생산자들은 ‘글쎄’

“수취가격 상승하지만 비용과 시간도 증가할 것”

  • 입력 2014.08.17 18:11
  • 수정 2014.08.18 13:17
  • 기자명 안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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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락시장 경매장에 쌓여있는 사과 10kg상자. 상자값은 15kg과 별반 차이가 없다.

지난 1일부터 전국 도매시장을 중심으로 사과 소포장 유통활성화 시범 사업이 시작됐다. 사과 소포장 유통활성화는 핵가족화로 인한 1회 과실 소비량 감소 때문에 것으로, 사과 15kg 상자 대신 10kg 등 소포장으로 출하 단위를 전환하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이 사업으로 소비자 편의성 제고, 유통인의 비용절감, 생산자의 수취가격 제고 등 상생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생산자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소포장으로 인해 상승하는 수취가격에 비해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 예상하기 때문이다. 또 1~2년 전부터 도매시장 내에 사과 10kg상자 도입을 위한 시도는 있었으나, 여전히 15kg 선호도가 월등한 것도 한 몫 한다.

안동에서 사과농사를 짓는 박상웅씨는 “수취가격이 상승한다 해도 비용 역시 증가한다. 또 출하 단위가 작아지면 그만큼 선별도 까다로워진다. 깨알 같은 점 하나 모두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청송에서 사과농사를 짓는 심상국씨 역시 “1~2년 전부터 도매시장에 사과 10kg을 출하하자는 얘기가 있었지만 수취 가격이 좋지 않았다. 10kg상자 가격이 적어도 15kg 가격의 3분의 2는 돼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시간과 자재비가 상승하는 걸 생각한다면 사실 가격이 3분의 2 이상이 나와야 하는데 지금까지 10kg은 도매시장에서 선호되는 단위가 아니었기 때문에 가격 형성도 어려웠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1일 이후 가락시장에 사과 소포장 유통활성화 시범 사업이 도입됐지만 13일 기준 사과 아오리 10kg 반입량은 3만930kg, 15kg 반입량은 14만4,105kg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경락가 또한 14일 기준 사과 아오리의 경우 10kg 상품 가격이 1만7,071원으로 15kg 상품 3만6,389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하지만 중도매인들은 10kg이 단일 출하되기 시작하면 수취가가 올라갈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국과실중도매인조합의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아직 15kg 상자 선호도가 높은 상태에서 10kg과 15kg이 혼재돼 출하되다보니 15kg 가격이 강세다. 하지만 10kg만 출하된다는 전제 하에는 가격이 15kg만큼 올라갈 것”이라며 “참외도 15kg 상자를 한 번에 폐기하고 단위를 10kg로 통일하니 수취가격이 바로 바로 15kg 수준으로 뛰었던 사례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산지와 출하시기가 한정적인 참외에 비해 생산지가 전국적으로 퍼져 있는 사과의 경우 참외와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현재 남아있는 사과 15kg 상자는 약 300만장으로, 다음해 4월까지 소진될 것으로 보인다. 본격적인 사과 소포장 사업은 15kg 상자 재고가 소진되고 사업 평가를 거친 후 다음해 8월 1일부터 시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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