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양파 하나라도 나오면 수매 안돼

늦은 정부수매시기가 화 키워, 농민들 ‘허탈’

  • 입력 2014.08.17 18:08
  • 수정 2014.08.18 13:18
  • 기자명 안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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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일 전북 완주군 화산면 화평리 화산농협에서 농관원 검사원이 양파 상품성 및 등급 심사를 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이날 정부수매에 참여한 농민 중 일부는 가져온 물건을 고스란히 다시 가져가야만 했다. 양파망에서 썩은 양파가 하나라도 나오면 수매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수매는 지난 4일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수매시기가 늦어지면서 양파값 반등이 지지부진해 실외에 한 달 가까이 야적된 양파는 부패하기 시작했다. 정부수매를 위해 야적한 양파 중 썩은 것을 골라내고 공들여 재작업을 해 실어왔지만, 농산물품질관리원 검사원의 “도로 가져가시라”는 말을 들은 농민들은 “다시 한 번만 봐 달라”며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농관원 검사원은 “수매한 양파는 해남에 있는 aT 저장창고로 가는데 부패구가 하나라도 있으면 15일만 지나도 다른 양파까지 썩어버리기 때문에 저장할 수가 없다. 부패구가 발생하면 다 우리 책임이 되기 때문에 안타깝지만 매몰차게 할 수밖에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양파가 썩기 시작하면서 농민들은 아직 한가득 남은 재고량을 헐값에라도 한시 빨리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저온창고를 보유한 농가는 손에 꼽을 정도라 양파값이 올라가길 기다리며 더 이상 버틸 수도 없다. 화산면에서 양파를 재배하는 남모씨는 “수매를 더 일찍 시작했어야 했다. 정부수매가가 정해지면 일반 상인들은 가격을 그 선에 얼추 맞추는데 너무 늦게 시작하는 바람에 큰 저온창고가 있는 유통인들만 배불리는 상황이 됐다”고 비판했다.

화산농협 양파수매 담당자는 “정부가 정말로 양파 가격을 올리겠다 생각했으면 수매 후 폐기를 해야 하는데 비축에 들어가지 않나. 이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더구나 물량도 적고 시기도 늦었다. 양파 정부수매가 11년 만에 처음이라는데 솔직히 기준도 없고 주먹구구식이다”라고 꼬집었다.

한편 농식품부 관계자는 수매 시기가 늦어진 것에 대해 “수확이 마무리돼야 가격, 생산량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수확 후 수매량을 결정하고 물량을 분배하면서 시기가 늦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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