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 정부수매, ‘생색내기’에 불과

배정 물량 턱없어 … 인건비도 안 나와

  • 입력 2014.08.17 18:05
  • 수정 2014.08.18 13:18
  • 기자명 안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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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오전 10시. 전북 완주군 화산면 화평리에 위치한 화산농협 도로변은 정부수매를 위해 양파를 싣고 온 트럭으로 북적거렸다. 무더위 속에 이른 아침부터 나와 차례를 기다리던 농민들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그들을 더 힘들고 분노케 하는 건 턱도 없는 정부수매 물량과 수매가였다. 또 늦은 수매시기 탓에 양파가 썩어 농관원의 검사를 통과하지 못한 농민들은 검사원과 한참 실랑이를 벌이다 허탈하게 집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아침 7시부터 기다렸다는 박청예씨는 “정부수매를 2,500망 신청했는데 떨어진 물량은 150망이더라. 이거 가지고 누구 입에 풀칠하겠나. 화산면에서 양파 농사를 좀 짓는다 하는 농가면 보통 20kg망 2,000개 정도는 생산한다. 집에는 아직 팔지 못한 양파만 3,000망 정도 남아있다”며 “수매가도 6,000원, 7,000원인데 이거 가지고는 품삯 빼면 뭐 남는 게 없다”고 혀를 찼다.

화평리에서 양파를 재배하는 인종일씨는 “이틀간 60망을 작업해 가지고 나왔는데 작업한 인건비도 안 나오게 생겼다. 거기다 오늘은 대기하느라 한나절이 지났다”고 토로했다. 인씨와 같이 정부수매에 참여한 농민도 “우리 집은 30망을 배정받았는데 망당 6,000원씩 받으면 18만원이다. 인건비만 일당 7만원인데 이걸로 밥 사먹고 술 사주면 끝 아니겠나”며 쓰게 웃었다. 열심히 손질해 가져와봤자 품삯도 못 건지는 농민들의 심정은 그야말로 “집에서 썩히느니 답답해서 갖고 나온다”는 것이었다.

화산농협이 농협중앙회로부터 배정받은 물량은 총 1만 망. 이 물량을 화산면의 34개 마을 200농가가 나눠 가져야 한다. 화산농협 양파수매 담당자는 “배정 물량을 나누면 한 마을에 평균 290망이 돌아간다. 이 정도는 한 집에서 낼만한 물량이다. 그런데 이걸 쪼개고 또 쪼개서 농가마다 분배해야 하니까 우리도 해놓고 욕 얻어먹는 처지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그는 “그나마 농민단체가 들고 일어나니까 정부에서 해준다 해서 내려온 게 1만 망이다. 화산면만 10만망이 넘게 생산되는데 이것 가지고는 택도 없다”고 말했다.  》6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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