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육우문제의 실체와 해법

  • 입력 2014.08.10 18:10
  • 수정 2014.08.10 18:11
  • 기자명 조석진 낙농정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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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석진 낙농정책연구소장 영남대 명예교수
최근 육우송아지(젖소수송아지)를 강에 버리는 사태가 발생하여 육우문제가 잠시나마 매스컴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육우문제는 최근의 원유가격인상 등에 묻혀 표면화되지 않고 있을 뿐 그 심각성은 날로 더해가고 있다. 따라서 육우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더 이상 미룰 경우 육우문제가 또 다시 수면위로 부상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육우란 ‘쇠고기생산을 목적으로 하는 육용종, 교잡종, 젖소수송아지, 젖소암송아지 및 검역계류장에 도착한 후 6개월 이상 국내에서 사육된 수입생우’까지를 포함한다. 그러나 통상 육우는 우유를 생산하는 낙농부문의 부산물인 젖소수송아지가 대부분이다. 한편 2014년 7월 필자가 전국의 542호의 낙농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결과 7~10일령의 젖소수송아지의 판매가격과 관련하여 조사농가의 30.2%는 무상으로 공여하며, 42.6%는 두당 2만원 미만, 48.5%는 2만~3만원에 판매한다고 답하였다.

쇠고기 수입자유화 이전 쇠고기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시절 육우는 꽤 높은 가격에 판매되었으며, 때로는 한우로 둔갑판매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2001년의 쇠고기 수입자유화, 2008년 12월과 2009년 6월의 쇠고기에 대한 「음식점원산지표시제」 및 「쇠고기이력제」 등이 시행됨에 따라 육우는 점차 판로를 상실하게 되었다. 그 주된 이유는 육우에 대한 충분한 홍보가 이루어지지 못했을 뿐 아니라 육질 및 가격에 있어서 수입육과의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최근 육우의 육질은 2등급과 3등급이 각각 약 30%와 60% 정도이다. 그에 비해 도매시장의 경락가격은 한우의 약 60% 수준이다. 그뿐 아니라 현재 육우는 대량수요처의 요구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정시(定時), 정질(定質), 정량(定量), 정가(定價) 체계도 확립되어 있지 못하다.

그 같은 상황에서 최근 가격하락에 따른 관리소홀로 폐사가 늘어남에 따라 2014년 6월의 육우도축두수는 전체 소 도축두수의 7.2%까지 하락하였다. 이처럼 육우문제가 심각성을 더해감에도 그동안 농림축산식품부는 육우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근본적인 해결을 외면한 채 일시적으로 군납을 늘리는 등의 땜질식 처방으로 일관해 왔다.

그렇다면 육우문제의 근본적인 해법은 무엇인가? 이와 관련하여 일본의 사례에 대해 간략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14년 1~6월 현재 일본의 육우(F1포함) 도축두수는 전체 소 도축두수의 45%에 달하며, 육질 또한 한국의 육질 1등급과 2등급의 중간정도(일본의 육질 3등급) 비율이 53.2%에 달한다. 따라서 일본은 육우를 “안전성이 보장된 우수한 육질의 저렴한 국내산 쇠고기라는 점”을 내세워 소비자에게 다가가고 있다. 아울러 정책적으로는 육우송아지가격이 일정 수준 이하로 하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화우와 함께 우리의 송아지생산안정제에 해당하는 「육용자우생산자보급금제도」의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 아울러 주목할 점은 이 제도의 운영과정에서 송아지가격하락에 따른 보전금의 약 95% 전후가 F1을 포함한 육우송아지에 지불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일본의 육우정책을 감안할 때 금후 국내의 육우문제해결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

첫째, 육우를 한우와 함께 송아지생산안정제의 대상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그 경우 육우의 특성을 감안하여 안정기준가격 및 제도의 발동기준은 한우와 별도로 설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언제까지고 육우문제를 시장에만 맡길 경우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다.

둘째, 육우의 육성, 비육, 도축 및 판매과정에서의 독자적인 유통채널의 확보가 필요하다. 그렇게 함으로써 육우가 당당히 육우로서의 이름표를 달고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육우육성우목장 및 전문매장의 설립 등을 통한 육우의 브랜드화와 소비자의 접근성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협동조합 및 지자체의 역할분담이 절실하다.

셋째, 육우가 수입육과의 육질경쟁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한우와의 F1 생산을 늘릴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고 현재와 같이 육질 2, 3등급이 90% 전후에 달하는 상황에서는 육우는 수입육과의 치열한 경쟁을 피할 수 없다.

넷째, 육질경쟁뿐 아니라 육우가 수입육과의 가격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유통비용을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육우고기의 육질과 안전성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다양한 방법에 의한 소비자단체 및 대량수요처와의 직거래를 적극 확대할 필요가 있다.

육우는 이미 국민식생활의 필수식품으로 정착한 우유를 생산하는 낙농부문의 부산물로, 귀중한 국내산 쇠고기자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과 같이 판로조차 찾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장기화되고 있으나 속수무책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자구노력으로 2014년 3월 「육우의무자조금사업」이 도입되었다. 그러나 정책의 제도적 뒷받침이 없이는 그 같은 자구노력도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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