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개방문제의 핵심은 ‘민주공화국’ 부정세력과의 싸움

  • 입력 2014.07.26 07:31
  • 수정 2014.07.26 12:25
  • 기자명 허헌중 우리밀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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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헌중 우리밀협동조합 이사장
지난 18일 정부의 ‘쌀 관세화 전면개방’ 발표는 정권 출범 후 연이은 ‘인사 참사’와 무능 무대책의 끝을 보여준 ‘세월호 참사’에 이어 ‘주권 포기 참사’일 수밖에 없다. 만일 국민과 농민의 반대와 저항을 누르고 강행한다면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는 재앙이 되기 때문이다.

‘헌법 제1조 ①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주권과 관련된 정책결정은 국민의 동의를 먼저 구해야 한다. 바로 국민이 나라의 주인인 민주주의 국가의 제 1 원칙이다. 또한 국가·국민이 특정 집권세력·기득권층의 사유물이 아니라 공공성이 실현되는, 바로 함께 인간답게 사는 공화주의 국가의 제 1 원칙이다. 그래서 우리 헌법은 우리나라를 국민이 주인이며, 함께 인간답게 사는 공공성이 실현되는 나라, 곧 ‘민주공화국이다’라고 제일 먼저 규정했다.

먼저 쌀 관세화를 통한 시장개방, 곧 쌀 수입 허가제(양곡관리법)의 폐지는 공권력의 행사 등 행정작용이나 법령의 제개폐에 관한 행정절차법에 의거, 쌀 관세화 유예 종료에 대한 행정예고와 함께 사전에 국민의 동의와 합의를 얻어야 한다. 또한 9월 말 WTO에 국내 절차 없이 쌀 관세율을 통보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조약 체결 행위라는 점에서 주권 포기 문제에 해당된다. 통보 결과 쌀 수출 관련국들의 검증 후 조약으로 인정돼 버리면, 국회 차원에서나 국민적으로 그 적정성 여부의 심의권을 박탈하기 때문이다.

관세율의 결정 및 징수는 우리의 주권 행위이므로 국회 차원에서 신중하게 검증되고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 없는 정부 조치는 일방적인 주권 포기로 탄핵 사안이다. 특히 행정절차법은 물론 쌀 수입 허가제를 규정한 양곡관리법을 위반하면서 대통령의 자의적 대외정책 대표권(조약 체결 행위)을 행사하는 것은 무법·탈법 행위이다. 헌법과 법률에서 조약 체결·비준에 관한 국회의 동의권을 보장한 것은 이러한 대통령의 자의적인 대표권 행사를 민주적으로 통제하려는 것이며, 조약에 관한 국민적 합의를 형성하기 위한 것이다.

정부는 2015년 ‘쌀 시장 자동개방’을 주장하지만, WTO 협정문 어디에도 근거 없는 주장이다. 2004년 협상에서 한국은 “쌀에 대한 특별취급을 2014년까지로 연장하고 의무수입물량을 늘린다. 한국은 이 기간 중 특별취급을 중단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쌀은 관세화해야 하고 중단 시점의 의무수입물량도 유지돼야 한다”고 약속했다. ‘특별취급의 연장’ 곧 현상유지 상태의 관세화 유예냐 또는 관세화에 의한 전면개방이냐에 대한 결정은 쌀 수출 관련국들과의 협상결과에 달려 있다.

그런데 우루과이라운드 이후 개방 내용과 일정을 결정짓는 도하라운드는 표류 중이다. 아무도 그 향배의 답을 알 수 없다. 우리에게 가장 유리한 답은 다른 나라들이 우루과이라운드 마지막 해 2004년의 개방수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추가개방을 않고 있는 이른바 현상유지(stand still) 관세화에 의한 개방 유예화를 제 1카드로 협상에 적극 나서는 일이다. 어떤 협상이나 쉬운 길이 있는가. 요체는 국민과 농민과 함께 하는 협상, 곧 ‘민주공화국을 지키는 협상’이어야 한다는 데 있다. 헌법과 법률을 준수하며 국민과 국회의 동의와 합의를 바탕으로 적극 협상에 임하는 것은 민주공화국을 지켜야 하는 대통령과 그 정부의 헌법적 의무이다.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통상협상의 의무와 대외 협상권을 지레 포기하는 것은 주권 포기인 것이다. 더군다나 아무런 보장 없고 밀실에서 숨기기에 급급한 ‘고율 관세화에 의한 전면 개방’ 운운하는 것은 무법·탈법이다 못해 관련국들에게 스스로 무장해제하고 오로지 처분을 맡기는 사대(事大)의 극을 보여주는 작태다.

불통·독단·탈법으로 자초한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이 출범 100일을 맞은 이명박 정권을 순식간에 무력화시킬 줄 그 누가 예상했는가. 역사는 그들이나 우리나 놀라울 정도로 반드시 반복된다. 쌀 개방문제의 핵심은 ‘민주공화국’을 부정하는 반민주·반공화주의자들과의 싸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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