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스스로 약속한 우리쌀 지키기
수입쌀 막걸리 판매로 빛 바래

하나로클럽 수입쌀 막걸리 판매 까맣게 몰라 상품관리 허점 노출

  • 입력 2014.07.20 16:36
  • 수정 2014.07.21 00:20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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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중앙회 하나로클럽에서 수입쌀 막걸리가 판매돼 스스로 만든 막걸리 취급기준을 어긴 사실이 드
러났다. 쌀 전면개방 논란이 한창인 민감한 시기에 농협의 우리쌀 지키기 의지가 시험대에 올랐다.

본지의 취재 결과 농협중앙회 하나로클럽에서 수입산쌀이 원재료인 막걸리가 판매된 사실이 밝혀졌
다. 이번에 드러난 수입쌀 막걸리 판매 하나로클럽은 고양점, 성남점, 양재점 3곳이다. 이들 하나로클럽은 ‘ㅇ’업체가 만든 수입쌀이 원재료인 막걸리를 최근까지 판매했다.

▲ 지난 13일 하나로클럽에 수입쌀이 원재료인 막걸리(윗칸 좌측 세 번째)가 판매되고 있다. 그 옆의 동동주 역시 수입쌀이 원재료지만 전통주 코너에 진열돼 있었으며 ‘우리의 전통막걸리’란 홍보문구로 소비자들에게 알려지고 있었다. 해당 하나로클럽은 취재사실이 알려지자 수입쌀 막걸리를 매장에서 철수시켰다고 전했다.

이들 하나로클럽 중 한 곳은 전통주 판매코너에서 ‘우리의 전통 막걸리’란 홍보문구를 걸고 수입쌀 막걸리를 판매하고 있었다. 국산쌀과 수입쌀을 섞어 판매하는 혼합쌀 판매 문제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농협중앙회는 2010년 ‘쌀 원산지는 100% 국내산이고, 사용원료는 국내산 쌀이 최소 50% 이상 포함해야 한다’는 자체 막걸리 취급기준을 만들었다. 이어 농협중앙회 마트상품부는 지난 3월 전국 하나로클럽과 하나로마트에 수입쌀 막걸리 취급 금지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취재과정에서 나타났다. 본지가 이들 하나로클럽에 사실 확인을 할 때까지 해당지점들은 수입쌀 막걸리가 매장에서 판매되는지 모르고 있었다. 이들 중 한 곳의 막걸리 판매 담당자는 “수입쌀 막걸리를 판매하지 않는다”고 강변하다가 매장에 수입쌀 막걸리가 진열돼 있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인정하기도 했다. 해당 하나로클럽 매장 세 곳은 부랴부랴 수입쌀 막걸리를 매장에서 철수시킨 뒤 자체 규정에 따른 후속조치를 검토 중이다.

또 다른 지점의 관계자는 “막걸리를 신규 판매할 때 원산지 증명서를 받았는데 그 땐 국산이었다. 확인해보니 지난달까진 국내산쌀이었는데 이달부터 수입쌀로 들어왔다”고 해명했다. 즉, 서류상으론 수입쌀 막걸리가 국내산쌀 막걸리로 둔갑했던 셈이다. 농협 하나로클럽 상품관리의 허술함이 적나라하게 노출된 대목이다.

수입쌀 막걸리를 금지한 자체 막걸리 취급기준도 그 맹점이 나타났다. 본지 취재결과 같은 탁주인 동동주나 대나무통술 등 전통주는 수입쌀 금지 취급기준이 적용되지 않고 있었다. 또, 같은 막걸리지만 쌀이 아닌 밀 등을 원재료로 사용한 상품은 취급기준 적용대상에서 빠져 수입원재료로 만든 막걸리가 판매되고 있었다.

막걸리는 아니지만 국산백미 51%, 수입전분 49%로 표기된 전통주가 하나로클럽에서 판매되는 점도 포착됐다. 이에 농협중앙회 마트상품부는 국산백미 51% 막걸리도 판매에 문제없다고 답변했다. 

수입쌀 막걸리를 판매한 한 하나로클럽은 전통주 판매코너와 등을 맞대고 칠레산와인 등 수입와인 판매코너를 전통주 판매보다 더 큰 규모로 설치하고 있었다. 김상규 농협중앙회 마트상품부 과장은 “와인은따로 규정이 없다. 와인을 찾는 소비자들이 있어 판매하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와인 매출은 막걸리 매출의 3분의 1 수준”이라고 밝혔다. 김 과장은 “지역농협 하나로마트까지 포함해 올해 막걸리 매출은 약 160억원 정도로 지난해 동기 대비 11% 성장했다”며 “주류법 때문에 강력히 통제하지 못하지만 최대한 (막걸리 판매를)지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협중앙회는 자체 막걸리 취급기준 시행 취지로 ‘국내산쌀 소비 활성화’를 내걸었다. 농협중앙회가 수입쌀 막걸리 판매로 드러난 상품관리의 허술함 그리고 자체 막걸리 취급기준의 허점에 어떻게 대처할지 주목된다.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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