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멀어지는 대화-소통-합의-협력의 농정추진체계

  • 입력 2014.07.19 17:13
  • 수정 2014.07.19 17:14
  • 기자명 김호 단국대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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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호 단국대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
6.4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지자체장 중에서 거버넌스 체계로 지방정부를 이끌어가겠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이미 민선5기 때부터 일부 정책분야에 거버넌스를 도입하여 지자체를 운영하는 곳도 있다.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일이 지자체의 불가침 고유영역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고 있다. 지역주민과 시민사회, 기업 등도 정책주체라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중앙정부의 농정추진체계는 2004년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다. 권위주의적이고 상위하달식의 체계가 더욱 강화되고 있는 것 같다. 중요한 농정이슈에 대해 진정성을 가지고 대화하고 합의를 도출 하려는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각종 위원회도 통과의례의 형식적인 회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이해당사자도 공감하지 못하는 결론이 많다. 지자체의 정책 추진체계는 날로 진화하고 있는 반면에 중앙정부의 추진체계는 후퇴하고 있다. 쌀 관세화와 한·중FTA, TPP 등 때문에 농·정 갈등, 농·농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필자가 농정분야 거버넌스에 대해 관심을 가졌던 것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4년이었다. 농정 거버넌스는 민과 관이 농정에 대해 대화하고 소통하며 합의하여 협력적으로 농정을 추진하는 것을 말한다. 2004년에도 지금과 별반 다를 바 없이, WTO/DDA 협상과 FTA 협상, 쌀 재협상 등 때문에 농업·농촌의 미래에 대한 위기감이 확산되고 사회적 갈등도 증가하고 있었다. 그래서 농산물시장 개방에 대응하고 우리농업 발전을 위한 항구적인 농정참여의 틀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농업·농촌에 큰 변화를 줄 시장개방이라는 현안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갈등의 조정, 국민적 공감대의 마련, 농민이 농정에 참여하고 집행하는 방식으로 변화가 필요했다.

당시 대통령 자문기구인 정책기획위원회는 ‘농업개방 확대에 따른 갈등 극복을 위한 농정분야 거버넌스 구현방안’이라는 다소 긴 제목의 보고서를 필자에게 요청했다. 농민의 참여를 통해 농업정책과 집행방식을 결정하는 선진 외국의 참여 농정 사례를 벤치마킹 하기 위해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등의 농업회의소를 다녀왔다. 유럽의 국가들에게 거버넌스는 이미 오래 전에 상식이 되어 버린 정책 추진체계이다. 세계경제 위기에 따른 재정 위기, 세계화에 따른 신자유주의의 확산에 대한 대응, 지방화와 분권화 추세, 시 민사회의 성장, 정보화의 발달 등이 그 배경이었다.

시민참여 민주주의가 활성화되는 추세를 반영하여, 민·관 협치의 거버넌스 구현이 주요한 국정목표가 되어야 한다. 특히 정부가 농민단체·시민단체 등 비정부기구나 이해당사자 등과 수평적인 관계에서 이해와 협조를 구하고 합의하는 정책 추진방식이 효과적이고 효율적이라는 것이 선진 각국의 경험에서 나타나고 있다. 시민사회의 성장에 따라 정책추진의 틀을 정부주도의 전통적인 방식으로부터 다자간 조정체제로 획기적으로 바꾸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농정 거버넌스의 구축을 위해 농정당국에게 다음과 같은 요청을 해보고 싶다. 우선 우리농업·농촌 위기와 갈등의 핵심적인 원인이 세계화와 개방화라는 데에 인식을 함께 나누어야 한다. 그리고 거버넌스의 구성주체인 민과 관이 협력적으로 공동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 다음으로는 개방화가 가 져온 공동문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한 협력적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이다. 또 접근방법의 다양성을 함께 찾고 추진전략의 투명성을 보장함으로써, 상호 신뢰와 협력 등 사회자본이 형성되도록 해야 한다.

정부가 가지고 있는 정책결정 권한을 나누어 실행하는 것이 쉽지는 않은 일이다. 그러나 그 권한은 국민이 위임한 것이다. 또 시급히 결정해야 할 사항을 일일이 협의한다는 것도 번거롭게 생각될 수 있다. 그러나 협의 없이 결정하여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드는 시간과 노력, 사회적 비용에 비교하면 번거롭지만은 않을 것이다. 더욱이 갈등과 대립과정에서 파생되는 정적·인간적 관계의 불신과 훼손은 상호 회복하기 어려운 정신적 고통이다. 선진국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대화-소통-합의-협력의 농정추진체계를 우리도 만들어가자는 필자의 부탁이 너무 무리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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