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에 타들어가는 배추, 밭떼기도 못해

생산량 감소했는데 가격 반등은 지지부진

  • 입력 2014.07.19 16:28
  • 수정 2014.07.19 16:29
  • 기자명 안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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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에서 준고랭지배추를 재배하는 박남규(60)씨가 말라버린 배추 를 들춰보고 있다.
“이걸 누가 사겠습니까. 팔지도 못하겠어요.”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에서 준고랭지배추를 재배하는 박남규(60)씨는 수확을 앞둔 배추밭을 바라보며 연거푸 한숨을 내쉬었다. 타는 듯한 가뭄에 시들해진 배추잎은 힘없이 퍼져 있었다. 한 달 넘게 지속된 가 뭄에 상인들도 모습을 감췄다.

포전거래를 할 수 없으니 시장에 직접 출하해야하지만 팔 수 있을만한 상태의 배추는 전체 30% 정도에 불과하다. 박씨는 올해 배추만 5,000평 정도 농사를 지었다. 생산비는 평당 8,000~9,000원 정도. 하지만 배추의 3분의 2가 가뭄과 이로 인한 바이러스 피해로 망가져버려 큰 적자를 면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생산량이 대폭 줄었으면 가격이라도 잘 나와야 하지만 그도 그렇지 않다. 박씨는 “배추가 가뭄으로 말라죽었으니 값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값도 없어요. 이게 어찌 된 일이냔 말이여”라며 얼굴을 찌푸렸다. 가락시장 16일 기준 배추 상품 10kg 그물망 경락가는 5,298원으로 평년 수준이다. 하지만 준고랭지배추 생산량이 급감한 것을 감안하면 절대 ‘괜찮은’ 가격이 아니다. 가락시장 도매법인의 한 관계자도 “그나마 준고 랭지배추가 5,000원대를 유지하고 있는데 출하량이 감소한 것을 고려하면 사실 더 높아야 한다. 7월 가격이 6,000원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아무래도 소비적인 부분이 큰 것 같다”며 “평년보다 낮은 가격은 아니지만 7~8개월 동안 고생해 온 산지 출하자들을 생각하면 평년보다 높다고는 말 못한다”고 말했다.

또 대관령면에서 고랭지배추를 재배하는 김보윤씨는 “배추를 갈아엎었다, 가격이 폭락했다 하면서 공중 파 방송도 탔는데 아직 값이 별로다. 정부에서 수매한 물량만 폐기했어도 이 정도는 아닐 것"이라며 "수매 물량이 다 김치공장으로 들어갔는데 준고랭지에서 망가졌다 한들 올라가겠나”라고 비판했다. 올해 정부는 겨울배추 4,000톤, 봄배추 2,000톤을 수매·비축한 후 김치업체에 공급했다. 그리고 다가올 추석을 대비해 고랭지배추 5,000톤을 8월까지 수매·비축하겠다고 발표, 지난 15일까지 350톤이 수매·비축된 상태다. 고랭지배추를 재배하는 농민들은 앞으로 배추값이 조금이라도 오를 것 같으면 정부가 비축 물량을 풀 것 아니냐며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원 있다는 말 못 들어봤다” 허술한 가뭄 지원 대책

박씨는 어떻게 해서든 배추를 살려보고자 한 달 전부터 인근 도랑에서 물을 퍼올려 급수하고 있지만 역 부족이다. 그는 “물을 줘서 조금이라도 살려보려고 하는데 이건 목마른 사람이 겨우 목을 축이는 정도에요. 그래도 인건비나 자재비는 건져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했다. 더구나 급수 시설이나 전기세도 모 두 사비로 해결하고 있어 이에 대한 부담도 상당하다. 이 지역의 다른 농민들 역시 마찬가지다. 감자, 무, 옥수수 등 어느 것 할 것 없이 바짝 말랐지만 지원을 받았다는 농민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에 관해 평창군 농업정보센터의 한 관계자는 “관수시설과 물통을 군에서 보급했는데 이후 진행 상황은 잘 모르겠다”고 답해 대책의 허술함을 보였다.

한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는 7월 중순 배추 출하량은 지난해 동기보다 8%, 7월 하순 출하량은 15% 감소할 것이라 전망했다. 하지만 향후 바이러스 피해의 확대여부에 따라 단수 감소폭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배추·무 전문 유통법인 대아청과의 한 관계자는 “7월 배추 출하량이 지난해에 비해 적을 것이라 전망됐는데 아직 판단하기엔 이르다. 8월 넘어가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안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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