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친환경농업을 고민할 시기

전문가 기고

  • 입력 2014.07.06 21:53
  • 수정 2014.07.08 16:04
  • 기자명 윤병선 건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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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병선 건국대 교수

쌀마저 무너질 위기에 처해있다. 끊임없이 추진되어 온 개방정책으로 농업 자체가 존망의 기로에 서 있다. 한국 사회에 ‘환경보전형농업’이라는 말로 등장한 ‘친환경농업’은 아이러니하게 본격적인 개방농정의 신호탄이었던 우루과이라운드(UR) 이후 농정대상의 한 꼭지로 자리잡았다.

당시 ‘친환경농업’을 통해서 차별화된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고 본 농정당국은 이후 인증 중심·농자재지원 중심의 친환경농업정책을 전개했다. 친환경농업이 갖고 있는 생태적 가치나 살림의 가치는 뒷전으로 밀리고 인증마크로 모든 것이 통용되는 체제가 만들어졌다.

친환경농업인증을 지렛대로 한 농자재 표준화는 친환경농자재시장을  또 하나의 블루오션시장 - 경쟁을 피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시장 - 으로 탄생시켰고, 녹색혁명형 농업을 통해서 농업의 다양성과 생태성, 식탁의 안전을 파괴하면서 이윤을 창출했던 농기업들의 농업지배는 극복되지 못했다. 농자재가 친환경을 말해줄 뿐, 그 과정은 중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정부가 친환경농업에 대해서 관심을 갖기 전부터 산업적 농업, 녹색혁명형 농업을 극복하고자 했던 농민들의 노력과 성과를 어떻게 계승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보니 순환의 단절은 극복되지 못했고, 붕괴일로의 농촌공동체의 복원에도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 농가경제문제의 해결에도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했다.

투입자재의 구입비는 크게 증가했지만, 농산물가격은 이를 쫓아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인증기준에 미달하는 친환경농자재로 농민들은 곤혹스런 상황에 빠지기 일쑤였고, 소비자의 신뢰에 금이 가기도 했다. 또한, 인증이라는 틈을 이용해서 수입산 친환경 농산물과 가공품이 파고들 기세다. 다양한 형태의 유기적 관계를 구축하고 했던 친환경농업이 이른바 “인증의 세계화”, “인증의 동조화”로 인한 위기에도 직면해 있다.

현재의 친환경농업의 위기를 새롭게 친환경농업을 바라볼 수 있는 성찰이 절실하다. 무차별적, 동시다발적인 개방정책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친환경농업이라고 안전지대일 수는 없다는 것을 전제로, 이제는 친환경농업의 실질적인 주체로 농민이 나설 수 있는 방도를 찾아나서야 한다.

지역단위에서 자원의 물적 순환이 보다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농업을 세우기 위해서 더 많이 고민한다면, 인증의 객체로 되어버린 지금의 상황에서 벗어나 스스로가 인증의 주체로 서기 위해서 더 철저히 고민한다면, 친환경농업에 종사하는 생산자들을 지지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조직들의 힘을 바탕으로 생산자조직과의 결합도를 높이기 위해 더 깊게 고민한다면 우리의 농업과 먹거리를 지켜온 농촌도 활력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수 있을 것이다. 작은 희망하나라도 불씨로 삼아야 하는 암담한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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