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관세화와 정신지체의 사회

  • 입력 2014.07.04 14:50
  • 기자명 우희종 서울대 교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우희종 서울대 교수
얼마 전 삼풍백화점 붕괴사건의 19주년을 맞이하여 이제는 성인이 된 당시 희생자의 아들이 불법증축과 경영진의 위험신호 무시 등 세월호 사건과의 유사성을 말하면서, 과연 지난 20년간 한국사회가 발전한 것인지를 묻는 모습이 뉴스에 있었다. 그 질문에 당당하게 그렇다고 말 할 수 있는 기성세대가 과연 있었을까 의문이 든다.

강산이 변해도 몇 번 변했을 시간이 흐르면서 분명 우리사회의 기술력은 높아졌고, 경제 수준이나 해외에서의 한류 열풍등 그동안의 변화는 눈부시다. 그러나 그 젊은이의 말처럼 과연 한국사회는 발전했는가라는 질문이 가슴 아프게 다시 던져져야 한다는 것은 눈부신 외형적 발전의 우리사회에서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으며 사회성장에 따라 채워져야 할 부분이 여전히 결핍된 채 부족함으로 남아 있음을 말해준다.

삼풍백화점 붕괴와 세월호 사건을 통해 드러난 것은 부실한 사회 안전망이나 구난체제의 미비 이전에 오직 돈만 좇으면서도 사회 발전에 따른 성숙한 의식 변화는 없는 우리의 민낯이다. 안전의식이자, 공공성에 대한, 사회자본에 대한 의식 부재의 자화상은 마치 몸은 어른이지만 정신은 미숙한 정신지체 사회라고 말 할 수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장기적으로는 스스로 존재하기 어려운 이런 불균형 사회를 보면서도 개인과 사회의 건강하고 성숙한 가치가 무엇인지 말하는 이도 없고, 오히려 그런 분위기 자체를 잘못으로 치부하는 우리사회의 병적 상황이다. 세월호 사건을 포함해 돈만 알고 진정한 사회적 가치를 잊은 우리사회의 모습은 이미 2006년도 배아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 때 거리로 나선 종교인들 입에서 다른 나라와의 경쟁에 이겨 국익 창출하자는 전형적인신자유주의 구호가 거침없이 나올 때 짐작했어야 했고, 한미FTA라는 이름 속에 국제적 유례가 없는 조건으로 2008년도 미국쇠고기 수입개방을 했을 때 극명히 나타났다.

이런 상황의 주역으로는 경제인과 정치가들은 물론이고 기술 개발과 돈이 되는 것이라면 가장 필요한 것이고 그런 연구만이중요하다고 착각하는 학자집단도 있다. 산학협동을 외치는 자연과학 분야만이 아니라 경제, 사회학도 그렇고 법학자들도 기업 위주의 법 개정에나 신경 쓰지 진정한 삶의가치를 제시하는 쪽으로의 학문 활동은 거의 없다. 인문학 역시 무슨 힐링이다 하면서 반창고 인문학이나 외치면서 돈 벌기에 바쁘다. 처음부터 건강한 삶의 가치를 지니고 상흔이 남지 않는 충만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 지는 누구도 이야기 하지않는다.

개인이나 사회나 무수히 많은 경로의 길목에서 자신들의 선택에 따라 미래는 결정되고 진행된다. 하지만 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여러 경로가 있듯이 지금 우리가 선택한 길만이 유일한 길일까 살펴볼 필요는 있다. 나와 다른 선택의 경로를 따라 살아가는 것도 나와 다를 뿐이지 결코 부정될 필요는 없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우리가 추구해 온 외형적 번영이나 개발 논리를 굳이 부정할 필요도 없다. 문제는 그러한 우리의 선택이자 문화로 인해 사회의 건강함과 미래세대를 위해 현 세대가 해야할 부분에 대한 책임을 소홀히 한 것이고, 뉴스에서 지난 20년간 우리사회는 발전했는가를 묻는 젊은이의 질문에 부끄러워진 이유다.

불행히도 아무런 성찰 없이 진행되는 우리 선택은 사회 전반에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고, 쌀 관세화 논의를 보면서 또 다른 세월호 사건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이유이다.

쌀 시장 개방 사태는, 가까운 미래에 있을 식량 전쟁에 대비한 최소한의 자국 농업의 유지와 육성과는 거리가 먼, 전형적인 신자유주의의 편승이자 강요이다. 우리 사회가 개발과 발전이라는 명분으로 버려온 가치로 인해 어른들의 무시 속에 어린 생명들이 차가운 바다에서 생을 마감했던것처럼 농업인은 더욱 농촌을 떠나 도시로 떠밀리어 생을 마감하고, 장차 우리사회가 다국적 식량회사와 식량대국에 종속되어 스스로의 발전 동력을 잃은 채 주체적 건강함을 마감하게 될 것은 분명하다.

돈을 좇을 것인가 생명을 좇을 것인가. 쌀 관세화가 묻고 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