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공청회, 부실한 내용에 합의점 찾지 못해

현상유지 등 쟁점 논의 외면 속 관세화 결론 몰아가기
정부 관세화 입장 결정 보도, “이럴거면 왜 했냐” 항의 쏟아져

  • 입력 2014.06.29 20:47
  • 수정 2014.06.29 20:50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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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관세화 유예 종료를 앞두고 정부, 농민단체, 전문가가 한 자리에 모여 공청회를 열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정부는 쌀 공청회를 통해 협상전략을 세우기보단 쌀 관세화 전면개방 명분쌓기에 급급했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이동필, 이하 농식품부)와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윤상직)는 지난 20일 경기도 의왕시 한국농어촌공사에서 WTO 쌀 관세화 유예 종료 관련 공청회를 개최했다. 쌀 관세화 여부를 놓고 오랜 진통 끝에 열린 공청회였으나 주제 발표부터 부실한 내용으로 지탄받았다.

▲ 지난 20일 경기도 의왕시 한국농어촌공사 인재개발원 강당에서 농림축산식품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주최로 WTO 쌀 관세 유예 종료 관련 공청회가 열린 가운데 주최측이 사전 신청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일부 농민들의 입장을 막자 농민단체 회원들이 이에 항의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이날 주제 발표를 맡은 송주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하 농경연) 선임연구위원은 “금년 말 관세화 유예기간이 종료되면 관세화 의무가 발생한다”며 “관세화 전환은 관세화 유예 연장 협상보다 부담이 적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제 쌀 가격은 낮아지지 않고 장기적으로 상승 내지는 유지하겠다”고 전망했지만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또 송 연구위원은 “WTO 농업협정과 FTA, TPP는 별개”라며 관세화 개방시 FTA와 TPP가 관세율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 내다봤다. 이에 공청회 현장을 찾은 농민들은 미·일간 TPP가입 협상 등을 거론하며 “신문이나 보고 연구하라“고 질책했다.

패널로 나선 전문가들도 정부의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는데 그쳤다. 이태호 서울대 교수는 별다른 설명없이 찬반 입장만 밝히고 발표를 마쳐 “뭐하러 나왔냐”는 빈축을 샀다.

박형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송 연구위원의 발표는)기존 자료를 재탕삼탕하고 사실을 왜곡했다”고 혹평했다. 이어 “관세화 유예 종료가 관세화를 의미하지 않는다”며 관세화가 의무사항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박 정책위원장은 “협상하지 않고 (관세화)입장을 정리하는 건 어리석다”며 국회, 농민과 협의해 쌀 수출국들과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관세화와 웨이버 협상을 비교하는 발표가 이어지자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은 “쟁점이 왜곡된 채 관세화가 유리하단 결론만 끌어내 토론하기 힘들다”고 일침을 놓았다. 장 부소장은 “관세화 전면개방의 대척점은 현상유지”라며 “정부가 모든 쟁점사항을 다 털어놓고 이해당사자인 농민들의 의견을 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공청회가 진행되는 와중에 정부가 쌀 관세화 결정을 내렸단 언론보도가 나와 “이런 공청회를 왜 했냐”는 참석자들의 항의가 쏟아지기도 했다. 김경규 농식품부 식량정책관은 “공식적인 정부입장을 결정한 적 없다”고 해명하면서도 “우리나라가 현상유지를 선언하면 WTO 회원국들에게 제소 당하고 100% 소송에서 진다는 게 법률가들의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쌀 관세화 협상 대표단에 농민대표가 참여하는 방안에 대해선 “농민대표를 넣을지 전문가를 넣을지 검토해 보겠다”고 답변했다.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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