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로 다시 일어서는 밀양 할매들

이성한 경찰청장 등 경찰 지휘부 규탄 빗발쳐

  • 입력 2014.06.22 19:53
  • 수정 2014.06.22 19:57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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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할매들이 다시 일어섰다. 송전탑 반대 농성장이 행정대집행이란 국가폭력에 철거됐지만 이를 풍자와 해학으로 극복하는 모습이다.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은 지난 16일 서울 경찰청과 한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행정대집행 때 일어난 경찰폭력을 고발했다. 경찰청 앞 기자회견에서 한옥순 할머니는 “박근혜 대통령이 경찰을 시켜 우리를 개잡듯 했다. 우리가 총칼을 들었냐”며 울분을 토했다. 구미현 할머니는 “경찰은 숨이 끊어진다 소리쳐도 사슬을 끊을 때까지 내 목을 잡았다”며 “양어장 은어도 죽고 갓 태어난 염소도 죽었다. 시골은 이렇게 짓밟아도 되나”고 항의했다.

▲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과 연대단체 회원들이 지난 16일 서울경찰청 앞에서 손으로 V자를 그리고 있다. <박선민 기자>

이어 주민들은 이성한 경찰청장 앞으로 국민대집행 영장을 계고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이들은 경찰청을 ‘폭력 집단이 운영하는 불법 시설물’로 규정하고 청사 내 생필품 이전을 통보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철거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765㎸ 송전탑과 고리1호기 원자로 인근에 이주시키는 범국민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또, 주민들은 한전 앞 기자회견에선 한국전력 불우이웃돕기 성금전달 및 ‘송전탑 캐삐라’ 퍼포먼스를 펼쳤다.

경찰의 폭력적인 행정대집행을 규탄하는 각계의 활동도 이어졌다. 이날 밀양 할매들을 찾은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은 “경찰청장이 세 번 네 번 안전하게 행정대집행을 하겠다고 67명의 국회의원과 약속했다”면서 폭력진압에 책임지고 경찰청장과 경남경찰청장, 밀양경찰서장이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날 한국천주교 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 생명평화분과 등도 성명에서 “경찰의 행태는 직무를 포기하고 한전의 경비용역을 자처하며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냈다”며 경찰청장과 밀양경찰서장의 즉각 파면을 촉구했다.

다음날인 17일엔 아시아 인권단체인 포럼아시아(FORUM-ASIA)가 박근혜 대통령 등에게 공개서한을 발송해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일어난 인권 침해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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