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가족농업의 해, 여성농민의 가치 재평가 하라

  • 입력 2014.06.20 15:00
  • 기자명 오미란 광주여성재단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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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미란 광주여성재단 사무총장
올해는 UN이 지정한 가족농업의 해이다. 가족농에 관한 정책은 여성농민의 삶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러나 가족농의 유지가 여성농민의 지위와 어떤 관계로 정립되어야 하는지 아직 논의조차 된 적이 없다.

가족농 유지의 핵심은 지속가능성이라는 중심화두와 연계되어 있다. 지속가능성이라는 말에는 항상 대안성이 따라다닌다. 그렇다면 왜 가족농이 지속가능한 농업의 대안적 형태가 될 수 밖에 없는가? 우리나라의 경우 논농사는 95% 이상 기계화가 이루어져있다. 그러나 밭농사의 경우 기계화율은 40%를 넘지 않고 있다. 특히 밭농사의 대부분의 작업은 모종이식이나 전정단계, 수확 이후 선별이나 가공단계에서 투여되는 농작업 과정이 중요하다. 이러한 과정은 대부분 개별노동력, 특히 여성노동력에 의존하여 이루어진다. 따라서 여성농민의 노동력은 향후에도 논농사가 아닌 과수, 채소, 특작 등 모든 농업영역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또한 논농사에 비해 밭농사의 경우 규모화가 어렵기 때문에 밭농사의 가족농 비율은 높을 수 밖에 없다. 특히 최근에는 새로운 유통과 대안적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농-도 직거래, 꾸러미(1차 가공품 포함) 판매, 지역먹거리 시스템(급식 등)의 확대 등 가족농 중심의 먹거리 생산체계가 보장될 수 있는 다양한 시스템이 조성되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의 성공적 운영을 위해서라도 여성농업인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도 여성농민의 노동력의 댓가는 남성에 비해 훨씬 낮다. 농지소유는 거의 없고 공판장에 농산물을 판매해도 남성가구주 명의의 거래인이었을 때 등급을 더 높게 받는다.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가족농이 진정으로 지속가능한 대안농업이 되기 위해서는 애초에 본인명의의 토지와 경영체로 등록된 여성농민을 제외한 가족농의 경우. 특히 부부중심의 노동에 의존하는 경우 부부 공동명의 출하, 부부공동명의 농가경영체 등록, 여성농민에 대한 가족공동협약 등 여성농민의 지위확보를 위한 다양한 지원과 정책이 이루어져야 한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도 남녀공동참여를 높이기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부부공동협약, 지역내 로드마켓에 여성농민 조합원 참여(본인의 생산품 가공, 판매 직접 담당), 여성농민의 날을 제정하여 여성농민의 지위향상을 위한 다양한 지원을 실행하고 있다.

소농 및 가족농은 고용창출력이 높고, 여성이나 고령자에게 힘들지만 중요한 일자리가 되고 있다. 꾸러미 등 도시-농촌 직거래는 여성, 고령생산자들의 농산물 가격을 공정하게 형성시켜주는 새로운 대안거래를 활성화시켜준다. 또한 여성농민들이 갖고 있는 먹거리 손맛 솜씨를 상품화 시켜주는 역할도 한다. 이것이 발전하면 지역먹거리(Local food)로 지역내 새로운 지역경제 순환을 통해 농어촌 활성화의 기틀이 되어 발전할 것이다.

이미 우리 농어촌은 최저생계비 미만 절대빈곤층 비율이 23%를 넘어서서 초초고령화 사회만이 아니라 빈곤화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특히 여성노인의 빈곤화는 어느때 보다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할 때 소농과 가족농 강화만 주장한다고 여성농민의 지위가 높아질리 만무하다. 여성의 빈곤화가 가속화되는 현실, 여성노인의 빈곤화가 기정사실화 되는 현실에서 가족농 내에 여성농민의 가치를 재평가하고 지위를 향상시키는 것은 지속가능한 농업의 또 하나의 과제임을 직시해야 한다.

2014년 3월 뉴욕에서 열린 유엔 여성지위위원회는 ‘양성 평등을 위한 여성의 권리 향상을 촉구’하는 내용의 선언문을 채택했다. 이 선언문에서 양성평등과 여성 역량 강화라는 유엔 목표 추진이 여전히 더디며 (세계적으로) 균등하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선언문은 또 사회적 차별 때문에 여성이 남성보다 빈곤하게 되는 ‘여성의 빈곤화’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양성 평등이 지속 가능한 경제 발전을 위해 긴요하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이제 농업정책에서도 양성평등의 실현을 위한 노력이 강화되어야 한다. 2014년 3월 여성지위위원회에서는 ‘양성평등·남성이 나서야 한다’는 모토를 내걸었다. 농어촌의 양성평등을 위해서 여성농민의 가치에 대한 제고와 더불어 지위향상은 더 이상 미룰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다. 가족농의 지원, 가족농 내에서 여성농민의 지위 인정, 여성농민을 중심으로 한 생산가공유통에 대한 지원 모든 영역에서 여성의 지위를 높이고 발전시키는 일이 지금 농어촌의 공동화, 빈곤화를 막아내고 지속가능한 농업구조를 유지하는데 필수적임을 명심한다면 감히 권하건데. ‘가족농내에 여성농민(아내)의 지위, 남성(남편)이 나서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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