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국가폭력’이었다

사진이야기 農·寫 밀양 송전탑 반대 농성장 행정대집행 현장

  • 입력 2014.06.15 21:46
  • 수정 2014.06.15 21:55
  • 기자명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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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국가폭력이었다. 지난 11일 집행된 밀양 송전탑 반대 농성장 강제철거는 국가가 어떻게 주민들의 생존권을 철저히 짓밟을 수 있는지를 날 것 그대로 보여준 현장이었다.

국책사업이라는 이유로, 행정대집행이라는 미명하에 철두철미하게 이루어진 국가폭력이었다. 이런 현장에 정치가, 평화가, 관용이 자리할 길은 애당초 없었다. 그저 죽을 때까지 살게만 해달라는 밀양 할매의 서글픈 외침도, 두건이 벗겨지고 맨발로 쫓겨난 수녀님들의 울부짖음도, 사지가 들린 채 연행된 연대활동가들의 성난 몸부림도, 행정대집행 앞에서는 한낱 소음에 지나지 않았다.

각 움막이 있던 자리를 ‘점령’하고 ‘격리’시키고 ‘철거’하는 데까지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화악산 임도 입구 장동마을, 부북면 평밭마을(129번 송전탑 건설예정지)과 위양마을(127번), 상동면 고답마을(115번), 단장면 용회마을(101번)에 있는 반대 농성장이 이날 하루 동안 차례대로 뜯겨졌다. 주민들과 끝장을 보려고 온 이들에게 걸림돌이 있을 리 만무했다. 공권력을 앞세운 국가가 얼마나 더 잔인해질 수 있는지 국가 스스로 자신의 ‘민낯’을 까보이고야 말았다.

야만의 국가, 야만의 경찰, 야만의 자본이 주민들에게 빼앗은 건 ‘삶의 터전’뿐만이 아니었다. 송전탑 건설에 맞서며 밀양 할매들이 10여 년간 지켜오고자 했던 인간 존엄의 정신마저 송두리째 앗아갔다. 행정대집행에 즈음해 부북면 팔십세 박할머니가 편지에 부친 이 말은 그래서 더욱 슬프다. “이 세상이 왜 이런 정치를 할까 세상도 무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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