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함께 한 농민후보들

  • 입력 2014.06.13 17:03
  • 수정 2014.06.13 17:10
  • 기자명 박형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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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형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6.4지방선거가 끝났다. 여야 모두에게 경고장을 날린 선거로 평가되고 있다. 농촌에서도 지난 총선과 대선처럼 일방적으로 여당을 편들지 않은 것도 특징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이광석 전 의장을 비롯한 40여명의 전농후보를 출마시켰다. 그러나 결과는 당선율이 10%에 불과했다. 너무나 실망스럽고 가슴 아픈 결과이다. 밭직불금을 만들어낸 여성농민의 대변자인 오은미 도의원이 낙선했고, 충북 농민의 일꾼 김도경 의원, 전남의 농민 도의원 3명이 모두 낙선했다. 전북도지사로 출마한 이광석 후보가 10%를 넘었고, 통합진보당 광역비례 1명과 경남과 전남에서 각각 1명씩의 기초의원이 당선된 것이 성과라 할 수 있다.

선거결과로 보면 참패이다. 그러나 선거를 진보운동의 과정에서 바라본다면 지방선거의 성과는 60% 달성했다고 본다. 50%의 성과는 출마한 그 자체로 얻어진 것이다.

전농은 정치참여를 통합진보당을 통해 실현하고 있다. 그러나 통합진보당은 2년의 기간 동안 온갖 탄압과 고초를 겪어 왔다.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조작 사건은 당을 간첩 당으로 낙인찍었고 색깔론의 완결판을 만들었다. 진보당이 언론에 나오는 날이면 부정적 기사뿐이었다. 그리고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당해산이 밀어 닥치는 엄혹한 시기였다. 지방선거에 후보를 낼 수도 없고, 선거를 치를 수 없는 불안한 상황이 4월말까지 이어온 것이다. 신념과 의지가 없는 정당이었다면 이미 ‘셀프 해산’이라도 했을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농민후보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가족과 친구들은 진보당 탈당을 끈질기게 요청했다. 농민후보 모두가 당한 고통 중 최고의 아픔이었다. 마치 장기수 어르신들이 전향공작을 당할 때 안기부 회유보다 무서운 것이 가족의 회유였다는 것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농민후보들 중 날밤을 세며 고뇌하고 눈물을 흘리지 않은 사람이 없었을 것이다. ‘진보당 옷을 입으면 떨어지고 벗으면 당선된다’는 권유는 한번 살기 위해 원칙을 버릴 것인가 영원히 살기 위해 목숨도 버릴 것인가라는 중대한 갈림길이었던 것이다.

그런 방황을 과감히 털어버리고 나선 사람들이 바로 진보당으로 나간 농민후보들이다. 그래서 그들은 후보 등록을 마침과 동시에 50%의 전진을 이룬 것이다.

어찌 몰랐을까! 진보당 후보로 나간다면 어떻게 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았지만 오직 진리를 지키는 농민군의 후예답게 결심한 것이다.

동학혁명 마지막 격전지로 출전하는 농민군들은 일본군의 기관총부대를 격퇴할 수 있다고 얼마나 믿었을까? 전남도청을 사수하기 위한 200여명의 시민군은 계엄군의 탱크부대를 격퇴할 수 있다고 얼마나 믿었을까? 역사는 이렇게 생사를 가름하는 현장에서 생명력을 이어왔다. 만약 갈림길에서 쉽고 편한 길만을 선택하면서 진리를 버렸다면 역사는 이미 끊겨버렸을 것이다.

6.4 지방선거에 나선 농민후보들은 생사의 갈림길에서 진리를 선택했고 이로 인해 진보운동의 역사를 면면히 지켜온 것이다. 그리고 10% 당선율을 이룬 것이다. 결과 자체는 무참하지만 역사를 이어온 과정은 승리의 역사이다.

이번 당선자 중 30대 농민 기초의원이 있다. 농민운동 경력도 짧고 농촌에선 막내뻘이지만 당당히 당선되었다. 가장 큰 비결은 한우를 매개로 농민들과 끈끈히 맺어 있었기 때문에 종북 공세를 이겨낸 것이다. 한우사업 한다면서 경제 사업에만 빠지지 않고 농민운동의 대중력을 키워나간 것이 승리의 열쇠인 것이다.

이렇듯 승리 비결은 진리를 붙잡고 독야 청청하는 선비 정신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진리를 농민들과 함께하는 곳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다.

결과는 끝이 아니고 시작이다.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우리가 고치고 변할 것은 과감히 혁신해야 한다. 역사를 이어온 농민후보들에게 찬사를 보내며, 아프고 힘들지라도 농민후보들의 기백을 기대한다. 힘차고 강하게 시작을 알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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