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의 비극과 괴물

  • 입력 2014.06.07 22:28
  • 수정 2014.06.07 22:29
  • 기자명 윤석원 중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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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원 중앙대 교수
지금 온라인상에서는 ‘세월호의 비극’과 2006년에 발표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의 기승전결이 기가 막히게 일치한다는 내용의 글들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영화 ‘괴물’은 미군에 의해 배출된 독극물질로 인하여 오염된 한강에서 돌연변이에 의한 괴물이 등장하여 수많은 시민을 죽이는 장면, 돌연변이에 의한 괴물보다는 바이러스에 의한 죽음으로 몰아가는 정부와 언론, 합동분향소의 설치, 주인공 딸이 실종된 후 살아 있음이 확인되었으나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정부와 언론의 오만과 무능 등이 그것이다.

철저하게 봉쇄된 사건의 본질과 가족의 처절함이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는 것도 매우 유사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겪고 있는 세월호 비극의 뿌리는 무엇이고, 과연 괴물은 무엇이고 누구일까. 아마도 그것은 생명경시풍조와 불신주의, 민족과 국가보다는 개인의 부와 출세만을 지향하는 부도덕한 재력가, 지주, 지식인, 정치인 들이 아닐까. 그리고 공북으로서의 사명이나 본질은 내팽개치고 축제와 권력의 남용에 목매는 일부(?) 고위층 들이 아닐까.

최근 총리후보자로 지명된 안모라는 사람은 6개월간 16억원, 1년간 22억원을 벌어들였다고 해서 결국 낙마하고 말았다. 대학교수인 나는 그렇게 작은 봉급쟁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늘 만족하고 고맙게 생각한다. 그런데 지난 26년간 받은 봉급을 모두 합해도 22억원이 안된다. 한참 모자란다. 이러니 대부분의 서민들이 느끼는 상실감과 분노는 말도 못하리라 짐작된다. 더욱 우리를 분노케 하는 것은 청와대에서 검증을 거쳤음에도 왜 이것이 문제가 안된다고 판단했는가 하는 점이다. 그들은 이 정도야 누구나 해 먹는 것이고 오히려 적게 해 먹었다고 판단했기 때문 아닐까. 생각이 여기에 미치면 정말 앵그리 버드처럼 ‘화가 난다!’

그렇다면 농업부문의 괴물은 과연 무엇일까. 농업·농촌의 본질적 가치나 다원적 기능 그리고 식량주권을 이해하지 못하는 철학이 빈곤한자들, 잘못된 농정을 바로 잡으려하기 보다는 새로운 정부가 들어 설 때마다 새 권력자의 눈치나 살피면서 적당히 덧칠하여 새것인양 내 놓는 자들, 농민이나 국민의 입장에서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행정의 편의성과 자기 방어에 혈안이 되어 있는 자들이 아닐까.

UN까지 나서서 인류의 기아문제를 해결하고 인류공동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중소규모의 가족농 밖에 없다고 선언하고 나섬에도 까딱도 하지 않고 5%도 안되는 규모화된 기업농만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호도하는 오만한 자들 아닐까. 쌀은 주권이요, 민족이라는 사실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려 하지 않는 자들, 농업은 민족과 함께해야할 소중한 생명산업이요 문화의 근본이라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자들, 어떠한 노력도 해 보지 않고 쌀 시장은 개방되어야 한다고 우기는 자들, 각종 FTA나 TPP등을 통한 시장개방만이 대한민국이 살길이라고 외치는 자들, 그래서 농업부문의 개방도 필수적이라고 우기는 자들, ‘자유무역협정(FTA) 피해보전직불금’ 산출공식에 법령에도 없는 ‘수입기여도’라는 항목을 넣어 직불금을 축소하려 하는 자들이 아닐까.

국민의 먹거리 불안전과 환경오염의 주범인 GMO 농식품이나 GMO 종자, 농약, 제초제 등을 첨단과학이니 예술이니 하여 옹호하면서 뒤로는 이러한 것을 생산하는 다국적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자들, GMO 표시제도를 강화하기는커녕 오히려 완화하는 자들, 유기생태농업의 확산을 위해 정책적 역량을 총 집결해야 함에도 느닷없이 GAP 제도의 확산을 정책목표로 삼는 이해할 수 없는 자들이 아닐까.

이제는 농업·농촌에 대한 인식과 철학의 전환, 농정의 전환은 물론 우리시대의 괴물들을 우리세대에 청산해야 한다. 우리의 농업·농촌을 침몰하게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 대대적인 개혁과 사회정의의 구현을 위해 우리 모두 정신을 차릴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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