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마늘농업 위기 … “정부가 지금 당장 해결하라”

제주농민들, “올해 생산량 중 10% 정부 수매해야”

  • 입력 2014.05.25 20:41
  • 수정 2014.05.25 22:46
  • 기자명 최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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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현용관씨는 1.8ha(5,500평) 규모의 마늘 농사를 짓는다. 19일 신도리에서 만난 현 씨는 한창 마늘 수확 중이었다. “마농(마늘) 농사 지어봐야 이제 남는 것도 없수다. 이것저것 다 떼고 나민(나면) 적자마심(적자에요). 최소 1kg에 2700원은 받아야주 마심(받아야 합니다). 근데 지금 상인들에 거래되는 가격은 1,500원 수준이우다(수준입니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 제주 농민들은 올해 마늘 생산량 중 10%를 정부가 수매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사진은 한 마늘밭에서 작업하고 있는 농민들의 모습.

그는 “대정농협이 지난해 경영악화로 손실을 입자 올해 계약재배 물량도 깎았수다(깎았어요). 올해 대정에서 2만5,000톤이 생산될 것으로 예상됐신디(예상됐는데) 대정농협은 이 가운데 1만톤만 수매하겠다고 발표햄수다(발표했어요). 실제 이 물량만 계약햅쥬(계약 했어요). 나머지 1만5,000톤에 달하는 물량은 상인들 손에 놀아날 수 밖에 없어마심(없어요)”이라고 말하며 마늘 수확을 이어갔다.

대정지역에서 생산되는 마늘 총생산(조수익)은 1,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전체 농업 생산액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대정지역에서 마늘이 갖는 의미는 ‘생명농업’이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중요하다. 육지부에서 “쌀만큼은 지켜내야 한다”는 말과 “마늘만큼은 지켜내야 한다”는 말은 대정에서 같은 의미로 통한다.

이에 제주지역 마늘 생산 농민들은 거리로 뛰어나와 정부에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대정안덕 마늘대책협의회, 전농 제주도연맹, 전여농 제주도연합은 20일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산 마늘 가격 폭락에 따른 대책을 요구했다.

기자회견에 참가한 농민들은 “정부가 지난해산 마늘 재고물량 처리에 골몰하다 올해산 마늘 가격은 내놓지 않고 있다”며 “지금 즉시 올해산 마늘 전체 생산량의 10%인 3만4,000톤 이상을 정부가 나서서 수매하고 수매가격을 발표해야 한다. 특히 수매가격은 산지 생산비를 정확히 조사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농민들의 이 같은 요구는 올해산 마늘이 헐값에 상인들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미 수확이 막바지에 이른 제주지역 마늘은 1kg당 1,500원 수준으로 상인들에게 팔리고 있다.
기자회견에 참가한 농민들은 제주도지사 후보로 출마한 원희룡 새누리당 후보와 신구범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에게도 마늘 가격 폭락 사태에 대한 해결책을 공식 제안했다.

김성용 전농 제주도연맹 의장은 “정부가 조속히 마늘 수매에 나서 농민들이 지속적으로 마늘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전체 생산량의 10%를 수매하라”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또 “특히 미계약 물량 처리방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제주농업은 붕괴된다”며 “제주도와 농협이 나서서 머리를 맞대고 해결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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