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값 보장·생활임금 실현, 농민·노동자 생존권 요구 대변할 지방정부 세우기

  • 입력 2014.05.16 13:16
  • 기자명 허헌중 우리밀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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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헌중 우리밀협동조합 이사장
세월호 참사는 인재·관재다. 자본의 사리사욕 도구로 전락한 국가라는 제도·시스템의 침몰이며, 인간수탈·자연수탈에 혈안이 된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에 수탈을 당하는 책임의식·양심의 침몰이다.

침몰 앞에 국민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모두 비통함과 황망함을 가눌 길 없어 하고 자녀들에게 한없이 부끄럽고 미안해 한다. 그러나 그로 인해 내상은 입지 말아야 한다. 슬픔을 딛고 분연히 떨쳐 일어나야 한다. 침몰하는 제도·시스템과 윤리·양심을 다시 세우기 위해 위정자들을, 사회를 감시하고 질책하고 바로잡기 위해 끊임없이 요구하고 행동해야 한다.

우리 헌법은 누구에게나 재해로부터 안전하게 인간다운 삶을 살 권리와 인간으로서의 존엄·가치·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생존권적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제34조) 그리고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제10조)

세월호 참사는 인간다운 삶의 권리와 행복 추구권이라는 생존권적 기본권의 침몰이다. 이제 국민은 침몰에 대한 무한책임을 정권에 물어야 한다. 침몰한 세월호의 영령들과 유가족들, 그리고 내일을 살아야 할 자녀들은 이번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에게 묻고 있다. 안전한 환경에서 인간다운 삶을 살 권리와 인간으로서의 존엄·가치·행복을 추구할 권리의 실현을, 천부적으로 주어진 생존권적 기본권의 보장이라는 헌법적 가치의 실현을 바라고 있다.

18세기 중후반 주권자로서 국민의 권리를 환기시킨 장 쟈크 루소는 말한다. ‘국민은 의원을 선출할 때만 자유롭다. 선거가 끝나면 그들은 노예상태로 다시 돌아간다.’, ‘의원은 국민의 대표자가 아니며 따라서 국민을 대표할 수 없다. 의원은 단지 법이 정한 바를 실행하는 국민의 대리인일 뿐이다.’

선거철만 되면 위정자들은, 후보들은 ‘머슴론’에 열변을 토한다. 그러나 선거만 끝나면 주인과 머슴 관계는 역전된다. 루소는 우리 국민이 언제나 주인일 수 있어야 함을 환기시켰다. 더 이상 그들에게 사정하거나 애원할 필요가 없다. ‘주인’으로서 자신의 생존권적 기본권, 인간다운 삶을 살 자유를 보장받기 위해 ‘명령’하고 ‘요구’하면 된다.

‘농산물최저가격보장조례와 기초농산물국가수매제도는 주민의 뜻이다’, ‘저농산물가격·저임금의 악순환을 이제는 끊어야 한다. 인간으로서의 존엄·가치·행복을 추구할 농산물 제값 보장과 적정한 생활임금 보장은 주권자로서의 농민·노동자의 생존권적 요구다’, ‘네 임기 동안 실행하지 못하면 다음 선거에서 우리의 요구를 대변할 자를 새로 선출할 것이다.’

6.4 지방선거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선거 때만 주인으로 대접받는 처지를 깨닫게 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위정자로 나서는 그들이 주권자 농민·노동자의 생존권적 요구를 실현하는 데 ‘도구’임을, 지역주민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데 오직 ‘선출직 대리인’임을 각비(覺非)하게 하고 실천하게 하는 것이다.

루소의 주장을 다시 생각해본다. ‘우리는 홀로 살 수 없어 계약을 통해 국가를 만든다. 계약상 국가는 모든 성원들의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 그러나 권력자들은 모두를 위한다고 하면서 자기들만을 위한 독재를 펴기 일쑤다. 이때 국가는 소수를 위한 착취기관에 지나지 않는다. 시민들은 이러한 권력에 저항해야 한다. 그리고 진정으로 자신들의 요구를 대변해주는 새로운 정부를 세워야 한다.’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음을 확인하고 나쁜 정부에 대항할 권리를 깨닫게 한 루소의 이러한 주장은 그 후 ‘자유·평등·우애’를 슬로건으로 한 프랑스혁명의 도화선이 되었다.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주민의 안전과 행복에 최선을 다하는 지방정부, 농산물최저가격보장조례와 생활임금조례를 제정하여 실효성 있게 제대로 추진하는 지방정부를 세워야 한다. 열악한 지방재정과 권한으로는 물론 한계도 많다. 그러나 한계 내에서도 지방정책 혁신에 최선을 다하는 지방정부, 이를 토대로 혁신적 지방정부 정책이 제대로 실현될 수 있도록 상위법의 제·개정과 중앙정부 정책 견인에 적극 나서는 지방정부를 세워야 한다.

그래서 지방선거에서 모아진 국민의 요구는, 세월호 참사가 더 이상 반복되지 않는 제도·시스템 만들기로, 자본의 사리사욕에 수탈당한 책임의식·양심의 회복으로, 인간으로서의 존엄·가치·행복 추구권을 보장하는 제대로 된 정부 세우기로 이어져야 한다. 이는 세월호 영령들의 간절한 바람이며, 슬픔을 딛고 떨쳐 일어나서 분연히 요구하고 행동해야 할 우리 모두의 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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