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유기가공식품동등성협상 논란을 보면서

  • 입력 2014.04.25 14:21
  • 수정 2014.04.25 14:22
  • 기자명 김은진 원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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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진 원광대 교수
개인적으로 글을 쓰면서 가장 우려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얼마나 사실에 근거해서 쓰느냐는 것이다. 사실 내가 소설을 쓰는 사람이 아니니 나의 상상력에 기초한 글이 활자화되었을 때 혹 실수로 과장된 표현을 쓰지는 않았는지 항상 확인해 보곤 한다. 처음 농정춘추에 썼던 글이 바로 그 연장선에 있었던 글이다. 그 당시 갑작스레 인터넷에 돌기 시작한 새만금에 유전자조작농산물(GMO)이 재배되고 있다는 글로 인해 한동안 혼란스러웠던 기억이 다시금 떠오른 것은 이번 한미유기가공식품동등성협상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 협상에서 논란이 된 것은 미국에서 만들어진 유기가공식품이 어떤 방식으로 수입될 것이냐의 문제다. 즉, 미국에서 유기가공식품으로 표시가 되었다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유기가공식품이라고 표시를 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인증기관의 인증을 거쳐야만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상호주의에 입각하여 우리나라에서 동등한 기준이나 원칙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우리나라 인증기관의 인증을 거치지 않고도 우리나라의 인증표시를 할 수 있도록 정한 것이다. 그리고 이 법에 따른 동등성협상을 미국이 제일 먼저 우리나라에 요청했고 이를 받아들여 우리나라가 미국과 협상을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여기에 GMO가 끼어들었다. 어디서 시작했는지 모를 이야기가 돌고 돌아 서로 인용을 해가면서 불붙은 논란은 어느새 미국은 GMO도 유기농으로 인정한다는 식으로까지 얘기가 돌기 시작했다.

아무리 미국이 싫고 아무리 이 협상이 싫다고 해도 이건 아니다. 미국도 GMO는 유기인증을 받을 수 없다. 만약 그렇다면 미국의 유기농가들이 GMO가 섞일 것에 대한 염려를 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미국의 유기농가들이 얼마나 GMO가 섞이게 될까봐 우려를 하고 GMO를 반대하고 있는지를 알아야 하고 그것은 이미 잘 알려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는 GMO도 유기농이라는 얘기가 돌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비의도적 혼입률 5%라는 말까지 기정사실화 되었다. 이 협상에 관한 몇 주 전의 토론회에서 한 토론자의 토론문에 그대로 인용되어 수록된 것이다.

그래서 여기서 두 가지 사실만 짚고 넘어가기로 하겠다. 비의도적 혼입률은 농민들이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어쩔 수 없는 상태에서 섞여들어갈지도 모르는 GMO에 대해, 모든 책임을 농민에게 지우는 것이 가혹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인정되는 비율이다. 이런 고통분담을 우리는 수인(受忍)한도라고 하고 그것은 나라마다 다르다. EU는 0.9%이고 우리나라는 3%이며 일본은 5%이다. 그리고 미국은 끊임없이 우리나라에게 일본과 같은 5%를 요구했고 우리나라의 많은 시민단체들은 EU와 같은 0.9%까지는 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럼 여기서 이런 비의도적 혼입률은 어떨 때 필요할까? 그것은 GMO를 표시해야 할 때 필요하다. 즉, GMO표시제가 있는 나라에서는 비의도적 혼입률이 중요하지만 이 표시제가 없는 나라는 비의도적 혼입률이라는 것도 없다. 그러니 미국의 비의도적 혼입률이 5%라는 것은 낭설이다. 그럼 이 5%는 어디서 나온 걸까? 그것은 미국의 유기가공식품 표시기준에서 나온다. 미국은 100% 유기가공식품과 95% 유기가공식품 그리고 70%의 유기농을 원료로 한 식품이 있다. 물론 우리나라도 유기가공식품에는 95%이상이라는 기준이 있다. 즉, 두 나라 다 유기가공식품에서의 수인한도는 5%인 셈이다. GMO를 심는 나라, 그런데도 표시제가 없는 나라라는 사실이 어느 순간 미국유기가공식품에는 GMO가 들어있다라고 둔갑을 한 셈이다.

물론 GMO를 재배하는 나라이니 아무리 유기농이라 하더라도 그 속에 GMO가 섞이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그것은 이미 유기농이 아니다. 왜냐하면 유기가공식품에서의 5%라는 수인한도는 원료 가운데 유기농으로 할 수 없는 것을 위한 것이지 유기농을 원료로 할 수 있는데 거기에 GMO가 들어갔을 때를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 그럼 여기에서 마지막 한마디. 그럼 미국의 유기가공식품은 믿고 먹어도 되냐고? 천만에. 기본적으로 원료가 국산이 아닌 것, 거기다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된 것, 그것을 먹는 문화부터 반성하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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