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 값 폭락에 “농협 문 닫는다더라” 소문까지

5,000톤 수출 논의…결정된 것 없어
제주도, 저장 마늘 처리 놓고 ‘고충’

  • 입력 2014.04.25 14:16
  • 수정 2014.04.27 14:18
  • 기자명 김명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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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 주산지 제주도가 마늘 가격 폭락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더군다나 지역농협들은 지난해 생산된 마늘을 재작년보다 40%이상 더 수매한 것으로 나타나 더 큰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창고에 재고 물량이 넘쳐나고 있는 상황에서 다음달이면 햇마늘이 수확되지만 재고물량 처리를 놓고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 제주도의 지역농협 관계자는 “작년에는 마늘 생산량이 많았지만 상인의 발길이 뜸해 농협이 많은 양을 수매했다.

▲ 서귀포 대정농협이 보관하고 있는 마늘 모습. 재고물량만 1만2,000톤에 이른다.
하지만 수매가보다 값이 떨어져 농협이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하지 않은 역할을 농협이 했으니 재고물량에 대해 정부도 일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도 대정, 안덕, 고산농협은 지난해 마늘 3만 톤을 수매했다.

그러나 수매를 하고 보니, 전국 마늘 주산지 모두 작황이 좋아 전국적으로 8만6,000톤의 과잉 생산물량이 발생했다. 물량이 넘쳐나는 만큼 판로까지 어려워져 제주도 3개 농협에서는 수매한 물량 3만톤 중 판매는 1만3,000톤에 그치고 1만7,000톤의 마늘이 농협 창고에 보관돼 있다.

재고마늘은 시세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최근 거래되는 마늘은 1kg당 2,000원. 농협이 수매한 가격인 1kg당 2,500원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여기에 창고 임대료와 유통비를 더하면 손실액은 3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귀포시 대정농협은 그 피해가 더욱 심각하다. 제주도에 보관된 마늘 1만7,000톤 중 1만2,000톤이 대정농협 재고물량이다. 마늘 재고물량이 넘쳐나면서 흉흉한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대정읍 상모 1리에서 만난 이 모씨는 “농협창고에 마늘이 가득 쌓여 있다. 그것을 팔지 못하면 농협이 문을 닫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올해 1월부터 마늘 때문에 걱정을 했는데 아직까지 해결을 못하면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며 실망한 기색을 드러냈다.

상모1리 강 모씨는 “여기가 제주도 마늘 주산지인데 작년에 수매한 마늘 한 톨도 못 팔고 저장돼 있으니 큰일이다. 농협이 50억이 적자니 100억이 적자니 말만 무성하다. 안덕농협은 농가들이 가져온 것들은 다 수매해주고, 대정농협은 계약물량만 받은 것인데 왜 팔지 못했는지 모르겠다”며 의아해 했다.

대정농협 관계자는 농민들의 주장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농협은 계약재배만 해도 된다. 하지만 지난해 마늘 생산량이 많아지면서 우리 농협에서 다 받아줬다. 특히 작년에는 포전거래나 밭떼기 거래도 없어서 농협이 많이 사줬다. 그런데 마늘은 비상장품목이라 판매하는 것도 어렵다.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농협이 많이 부담했는데 정부가 나서서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며 답답해했다.

저장 마늘은 전국적으로도 판매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농협을 중심으로 마늘 소비 운동을 벌이고 있지만 현실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형편이다. 또한 저장마늘을 장기간 창고에 보관할 경우 싹이 돋거나 부패할 가능성이 있어 제주도 농협 관계자들은 정부가 농산물안정기금을 사용해 더 큰 피해를 막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대해 농림축산식품부 원예산업과 관계자는 “제주의 모 농협이 kg당 2,700원에 수매한 마늘을 250원에 수출하겠다고 하는데, 농협의 손실 보전을 위해 농안기금을 사용하는 것은 목적과 부합하지 않는다”며 난색을 표했다.

결국 제주도에서 수확한 마늘은 제주도에서 해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지난 15일 우근민 제주도지사는 대정농협에서 재고물량 해소를 위한 간담회를 개최하고 지난해 수확한 저장마늘 가운데 5,000톤을 수출하고 다음달까지 1만 3,000톤을 국내시장에서 소비해 가격 안정을 시킨다는 계획을 세웠다. 수출에 소요되는 비용 88억원 중 40억원은 제주도가 부담하고, 농협중앙회는 25억원, 지역농협이 23억원을 각각 부담하는데 합의했다.

하지만, 수출도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23일 농협중앙회 제주도본부 관계자에게 사실을 확인한 결과 “5,000톤을 수출하자는데 의견을 모았지만, 수입상과 논의 중이며 아직 결정된 바가 아무것도 없다”고 답변했다. <김명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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