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농민 탓’하며 책임회피 말아야

  • 입력 2014.04.20 11:30
  • 기자명 전빛이라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종자분쟁 또는 종자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은 사건들이 잇따라 발생했다.

지난 3월 발생한 불량 호밀종자 공급 문제와 진도 불량 청양고추 모종 공급문제가 그것이다. 그리고 공급업체들은 공교롭게도 모두 농협이었다. 호밀종자는 농협무역이, 청양고추 모종은 농협 육묘장이 농가에 공급했다.

농민들은 모두 ‘농협’이라는 이름을 믿고 종자 또는 모종을 구입했을 것이다. 지난해 시험재배 후 올해 청양고추를 본격적으로 재배하기 시작한 전남 진도의 청양고추 농가는 믿을만한 모종을 공급받기 위해 농협을 선택했다.

그러나 불량과가 열리고 농가가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자 이 육묘장은 “생육환경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며 늑장대응을 했다. 기자와의 통화에서는 생육환경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는 농업기술센터의 제언조차 의심을 품는 모습을 보이면서 말이다. 그러면서 불량과가 난 것이 왜 모종이나 종자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생육환경이 정상이면 모종이나 종자 문제를 의심하는 것은 당연지사 아닌가.

문제제기 후 한 달 가까이 지나서야 농가를 찾은 농협 육묘장 관계자는 토양문제도 제기했지만 토양 역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농가가 육묘장 관계자와의 대화를 녹음한 파일에 의하면 오히려 이 관계자는 “그럼 다른데서 사지 왜 농협에서 샀느냐”고 묻는다. ‘농협’이라는 이름을 믿고 구입한 농민은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호밀종자 사건도 마찬가지. 지난해 12월 현장 방문 후 완전히 발아가 되는 3월까지 기다려야 한다며 보상을 미뤄 농민들의 애를 태웠다.

이같은 늑장대응은 문제를 더욱 키울 뿐이다. 특히 농협이라면, 영리를 좇는 일반 업체와는 다른 태도를 보였어야 한다. 책임을 질 부분이 있다면 하루 빨리 책임을 지는 것이 바닥까지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는 가장 빠른 방법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전빛이라 기자>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