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 먹고 사람 돼라

  • 입력 2014.04.13 18:53
  • 기자명 한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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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양파 주산지 농민들이 지난주 국회 앞에서 집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 소품으로 가져온 마늘과 양파를 경찰이 빼앗아 갔는데 이를 두고 농민들이 빈정거렸다. “그래 제발 마늘 먹고 사람 좀 돼라”

경찰은 집회를 보장하고 보호할 의무가 있는데 우리나라 경찰은 집회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자신들의 이동수단인 버스로 철벽을 쌓고 그 안에 농민들을 가두어 버리니 그런 말이 나올 법도 하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마늘은 단군신화에 등장할 만큼 우리민족과 오랜 역사를 같이한다. 삼국사기에도 입추 후에 마늘밭에 풍농제를 올렸다는 기록으로 봐서 이미 식용과 약용으로 재배했을 거라는 짐작이다.

우리나라는 모든 양념에 마늘이 들어간다. 한국전쟁당시 미국인들이 부산에 발을 들여 놓고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똥냄새였다고 한다. 그리고 사람마다 마늘 냄새가 났다고 한다. 우리는 그들에게서 누린내가 난다고 했는데 그들은 마늘냄새가 역겨웠다고 한다. 마늘은 우리 몸의 일부일지도 모른다.

마늘은 쌀 다음으로 중요한 농산물이다. 제주 대정과 무안, 해남, 남해, 창녕 등은 오래전부터 난지형 마늘의 주산지다. 한지형 마늘은 의성, 단양, 서산 등이 유명하다. 그런데 요즘은 마늘 주산지가 따로 없다. 특히 난지형 마늘과 양파는 더욱 그렇다. 원인은 보리수매중단이다. 겨울채소가격하락도 같은 이치다. 보리나 밀을 심지 않고 마늘과 양파 등 월동작물을 재배하기 때문이다. 이는 정부 정책의 실패사례다.

두 번째는 수입이다. 특히 2000년 한중 마늘 협상을 떠올려 보면 우리 정부의 통상전략부재가 농업을 망치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 할 수밖에 없다. 핸드폰을 중국에 못 팔게 될까봐 무조건 중국의 요구대로 일만 톤을 즉각 수입하고 2003년 무관세로 수입을 약속한 결과다. 게다가 냉동마늘이나 절임마늘들은 당시 바로 무관세 수입이 되도록 협상하지 않았는가.

지금 현재 2013년 재고마늘이 4만8,000톤으로 평년대비 최고 1만8,000톤이 많은 상태다. 이런 상태에서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행정으로 작년 TRQ(저율관세할당)물량을 추가 수입하는 등 공급과잉으로 가격을 폭락시키고도 누구하나 책임지는 모습은 없다. 오히려 농민들의 과잉생산이 문제라 하고 이를 따라 보도하는 언론도 문제다. 또 하나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김치 때문에도 마늘은 여러 갈래로 수입돼 농민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집회에 참가중인 농민들은 물론이고 농식품부 장관과 협상하겠다고 나선 대표자들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결의 한 바 있다. 봄이라도 여의도는 추운 곳이다. 썰렁한 봄바람에 정부나 장관이나 썰렁하니 농민들이 걱정이다.

제발 마늘 먹고 사람 좀 되자. 자본보다는 사람들을 위해 정책을 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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