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값 폭락, 과잉생산 탓만 할 것인가

  • 입력 2014.04.06 23:06
  • 수정 2014.04.08 10:05
  • 기자명 한국농정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지난 1일 전남 무안농협 양파저장고에 쌓여있던 양파를 농협 직원들이 폐기 처분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또 다시 봄은 돌아왔다. 이미 농부들은 분주해지고 있다. 새로 농사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쪽에서는 감자를 심기 위해 밭을 갈고 거름을 뿌리고 있지만 창고에는 작년에 수확한 감자가 한가득 이다. 그만큼 농민들의 근심도 가득하다.

지난 한 해 그리고 지금 이 순간까지 돌아보면 농사지어서 제값을 받은 작물이 없다. 특히 채소들은 파느니 파묻는 게 나을 지경이다. 양배추·배추·고추·무·감자·마늘·양파 등 어느 것 하나 제값 받은 것이 없다. 이제 양파 수확을 해야 하는데, 그리고 마늘을 캘 때가 돌아오고 있지만 나락으로 떨어진 가격은 오를 기미가 없다.

지금 이 순간 농민이 처한 현실이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지난 30년간의 농업구조조정의 결과다. UR협상의 결과 농산물의 전면개방이 이뤄지고 그에 대응하기 위해 농업구조조정이 강행됐다. 농촌에 많은 자금으로 시설과 기계를 밀어 넣고, 농업은 규모화 전업화의 길로 들어선다.

이제 돈이 되지 않는 작목은 사라지고 돈 되는 작목으로 집중하게 된다. 그렇게 됨으로 지역별로 강력한 주산지가 형성됐다. 이렇게 되면 생산성이 높아져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고, 단지화 됨으로 인위적으로 수급조절이 가능할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이러한 믿음이 허구였다는 것은 곧 드러났다.

진도의 대파 농민들은 지난 14년 동안 밭을 7번 갈아 엎었다. 어디 그뿐이었나. 시도 때도 없이 채소밭이 갈아엎어졌다. 농민들의 정성으로 키운 농산물이 밭에서 수확되지 못하고 갈아엎어져도 이제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 돼 버렸다.

이는 첫째 무분별한 수입농산물 때문이다. 수입농산물은 점점 점유율을 높이며 우리농업을 위협해 들어오고 있다. 지난 30년간 키워온 국제경쟁력은 무용지물이 되었다. 특히 국내산업보호를 위해 있는 TRQ는 물가관리 수단으로 악용되면서 정부가 앞장서서 농업을 괴멸시키고 있지 않나 하는 의심마저 들게 한다. 농산물가격이 조금만 상승하면 바로 수입으로 대응하여 가격폭락을 부채질하고 있으니 그러하다.

두 번째 규모화 전업화가 생산과잉을 초래하고 있다. 구조정의 결과 단작화 되어버린 우리농업구조 하에서 이제 다양한 작목을 재배할 여력이 없다. 그러니 특정 작목에 집중되는 것 이 불가피하다.

그리고 중요한 요인은 쌀값의 하락이다. 쌀값이 10년 전과 별반 차이가 없다 보니 이제 논에 밭작물 재배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강원도 철원평야에 시설하우스가 지어지고 있지 않은가? 더불어 보리?밀과 같은 식량작물이 사라지면서 채소류의 재배면적이 확대되고 있는 마당에 논농사마저도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밭작물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농산물의 전반적 가격 폭락 사태는 우리농업의 구조적 문제의 표출이라 할 수 있다.

한국농정에서는 4월 특집호에서 작금에 전개되고 있는 채소값 폭락을 사태의 전말을 살펴본다. 그리고 그 원인이 무엇이며 대안은 없는지, 정부의 채소 수급안정대책은 유효하게 작동되고 있는지 등을 따져본다.

아울러 가격폭락의 시름 속에서도 “올해는 낫겠지”하는 믿음으로 논밭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는 농민들이, 우리 농업과 식량창고를 지키는 원동력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 편집국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