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공동화, 국가정책으로 제고돼야 한다

  • 입력 2014.04.06 21:05
  • 수정 2014.04.06 21:11
  • 기자명 오미란 광주여성재단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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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미란 광주여성재단 사무총장
벌써 봄꽃이 진다. 농번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꽃구경도 여성농민들에게는 먼나라 얘기다. 꽃구경은커녕 허리 피고 쉴 틈도 없이 바빠지는 계절이다. 어쩌면 농민들에게는 4월은 잔인한 계절이란 말이 맞을 것이다.

얼마전 귀농자들이 사는 영암의 작은 마을에 다녀왔다. 모두 다 50대 미만의 젊은 사람들이라서 마을이 생동감이 있었다. 이 마을은 고령화 마을이 아니다. 그리고 귀농한 세대들은 서로 힘을 합쳐 마을에 커뮤니티센터(마을회관)를 짓고 농사정보를 교환하면서 생활한다. 소득을 높이기 위한 경영수업에도 제법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마을이 농어촌에 몇 개나 될까?

전남처럼 도서벽지가 많은 곳은 농어촌 과소학급으로 인한 폐교 위기가 심각한 문제로 거론되고, 다문화가족 아이들이 30%가 넘는 학교가 부지기수이고 보면 이제 농어촌의 고령화는 더 이상 마을이나 군단위의 지엽적인 해결책에 기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세계적인 문제이고 특히 대한민국의 경우 더욱 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농어촌에서는 고령화로 인해 20년 이내에 사라질 위기에 처한 마을이 30%를 넘는다. 얼마 전 송파 세모녀 자살사건이 가져온 복지사각지대의 파국은 멀지 않아 농촌마을의 심각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올해는 고령노인을 대상으로 한 농어촌 그룹홈 시범사업이 4개 지역에서 실행된다고 하니 농어촌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병들고 외로운 여성노인의 삶이 나아지는 방향을 찾는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어촌에 젊은 인구를 늘리기 위한 정책방안이 국정과제로 수행돼야 한다. 젊은이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농지은행에서 농지와 농기구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정책에서부터 여성농업인들이 농번기 농업노동을 줄일 수 있는 농번기 공동급식까지 종합적이고 포괄적인 맞춤형 지원정책이 실행돼야 한다.

농번기 공동급식은 여성농업인들의 노동력을 절감시키는 중요한 경영지원일 뿐 아니라 농번기 기간 동안 방치되는 아이들이나 노인들에 대한 지원이라는 이중의 효과가 있다. 2007년 최초로 농번기 공동급식을 실시했던 전남 나주의 경우 올해 공동급식 마을을 대폭 늘려서 지원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제도가 지방자치단체의 결정에만 의지할 경우 전국 농어촌 지역으로의 확대가 어렵다는 점이 한계이다. 따라서 정부는 생산기반 확대나 농가규모화 만이 아니라 젊은 영농인력을 유인하고 양성하기 위한 부수적인 제도를 중요한 농업정책 과제로 실행해야 할 것이다.

농번기 공동급식을 통한 여성농업인들의 노동 부담 경감, 젊은 영농인력의 확보를 위한 귀농자 지원, 농업 인력의 확대를 위한 결혼이민여성 농업 전문 인력화 등 핵심적인 과제를 농업회생을 위한 국책과제로 선정하여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을 서둘러야 한다. 또한 농업복지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고령화된 여성가구주, 1인가구를 대상으로 한 통합적인 복지 정책을 지원해야 한다. 여성노인 관련 질병 예방 및 관리에 대한 지원강화, 농어촌 1인가구의 비상벨 설치, 농어촌 공동주거를 위한 그룹홈 등을 확대해야 한다.

농업정책에 성별관련 정책, 세대별 관련정책(아동, 청소년, 청년, 중장년, 고령)을 포괄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제 농어업 관련 정책은 산업으로서의 농업만이 아니라 총체적인 국가발전 정책으로서의 농-도 격차 해소, 삶의 질 향상이라는 근본적인 정책 전환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 즉 생활공간과 산업이라는 영역의 통합적 정책의 실현이 필요하다. 농어촌 정책의 통합적 실현을 위해서는 여성농업인들의 생애주기에 따른 정책 마련이 더욱 절실하다. 그러나 여전히 정부정책은 농업과 복지라는 양대 정책으로 이분화 돼 있다. 따라서 농어촌 정책이 통합정책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농업정책 입안자들과 지역농정 담당자들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중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번에 치러질 지방선거에서는 농어촌 정책의 통합적인 추진을 위한 시스템 구축을 지방선거의 핵심의제로 제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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