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마늘도 양파도 뭐 형편없습니다. 이 가격으로는 다 농사 안 지으려고 하거든…. 이 가격으로 팔 사람도 없고, 사줄 사람도 없어요. 작황은 좋은데 참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경남 창녕군 대지면 왕산리에 사는 장오국(67세)씨는 매일 마늘을 심어놓은 논에 나온다. 하지만 풍성하게 자란 마늘을 보면 기쁨보다 오히려 걱정이 앞선다.
“재작년 마늘이 창고에 가득 차 있습니다. 국내에도 마늘이 많은데 수입까지 하고 있으니 큰일입니다. 6월 초면 여기 있는 마늘도 다 뽑아야 할 텐데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올해로 마늘 농사 15년째. 처음 농사를 시작 할때만 해도 3,000평의 논에 마늘농사를 지었지만, 자신이 붙어 한때는 1만평으로 늘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 해 마늘가격이 폭락하면서 규모도 줄여야 했다. 다음 달이면 제주산 마늘을 시작으로 햇마늘의 본격적인 출하를 앞두고 있지만 낮은 가격형성으로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만 간다.
“요즘에는 텔레비전도 잘 안 본다. 채소가격이 하락했다는 것만 얘기하지 어떻게 해주겠다는 현실적인 얘기는 없다. 그래서 이제는 정부 말도 안 믿는다.” 장씨는 불신이 가득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창녕은 경남의 대표적인 마늘 주산지지만 농협이 수매하는 물량은 전체의 10%도 되지 않는다. 그렇다보니 중간 유통업자나 지역의 마늘공장을 통해 계약을 맺고 출하하고 있다.
하지만 2013년산 마늘재고가 많아 평년 이맘때는 중간상인들이 농가를 찾아와 마늘계약을 맺곤 했는데 올해는 상인들 발길마저 끊겨 버렸다.장씨는 “올해도 마늘 농사가 아주 잘됐다. 풍년이라서 기분은 좋은데 가격이 내려가고 있으니 마냥 기뻐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한탄했다.
지난 1일 경남 창녕군 농업기술센터에서는 마늘연구회 이사들이 모여 오는 9일 서울서 열리는 ‘마늘재배농민 생존권 보장 농민대회’ 참가를 두고 의견을 나눴다. 농민들은 폭락한 마늘 가격에 대한 농민들의 요구를 전달하기 위해 집회에 참가하기로 했다.
마늘 농가들은 이미 지난해 전국적으로 마늘 재배면적이 늘어나 국내 마늘생산량이 늘어날 것을 예측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정부가 내놓은 수급조절 대책은 86만톤의 과잉된 마늘에 대해 49만톤을 시장 격리하고 37만톤에 대해서는 소비확대를 추진해 가격을 안정시켜 나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소비감소와 재고물량 확대로 마늘 가격은 좀처럼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회의에 참석한 한 농민은 “현재 마늘재고량이 넘치는 상황에서 출하되고 있는 마늘까지 겹치게 되면 올해 농사는 망치게 되는 것이다. 정부와 농협이 소비촉진처럼 소극적인 방법이 아니라 즉각 폐기하는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대책을 주문했다. <김명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