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내린 선물 같은 천안 효덕목장 치즈

  • 입력 2014.03.16 11:45
  • 기자명 고은정 약선식생활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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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를 하러 다니다 보면 별별 에피소드가 참 많다. 그 중 자주 일어나는 것이 강사인 나를 교육생으로 알고 자리를 안내하는 일이다. 게으른 성품을 바쁜 일정 탓으로 돌리고 늘 맨얼굴, 평상복으로 다니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나 그런류의 오해는 교육생을 바라보는 나의 판단에서도 흔히 일어난다.

그 한 예가 바로 효덕목장 이선애농부다. 충남농업기술원에서 진행되었던 ‘이야기농업학교’ 교육 중 만난 농부인데 그녀도 나처럼 꾸미지 않고 다니는 들풀 같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하루 종일 진행되는 지루하고 출출한 교육 짬짬이 간식으로 내놓은 것은 차나 과일, 과자류가 아니라 가지런하게 썰어 포장한 게맛 가공품이나 가래떡 같은 모양의 스트링치즈(string cheese)였다.

나의 아주 질 낮은 선입견으로 판단했을 때 치즈와는 결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사람이어서 놀랐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놀람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실처럼 가늘게 찢어져 입안을 감고 돌아 부드럽게 목으로 넘어가는 그 식감은 내가 먹어온 스트링치즈의 역사에서 단연 최고였다.

치즈는 언제 어디에서 최초로 만들어졌는지를 정확하게 알려주는 증거가 없다. 가축의 젖을 그대로 두면 응고되는 물질인 커드(curd:우유 응고물)를 이용한 것이므로 인류가 가축의 젖을 마시기 시작하면서부터 자연스레 만들어졌으리라 짐작할 뿐이다.

우리가 먹는 전통장류가 수많은 변화와 발전을 겪고 다양하게 모습을 갖춘 것과 같이 치즈 또한 수많은 변화와 발전을 통해 지금과 같은 다양한 이름의 치즈들이 생겨났다. 청국장이나 된장만 발효취가 있는 것은 아니고 치즈도 치즈만의 여러 발효취를 가진다. 그래서 치즈의 꽃이라 불리는 푸른곰팡이치즈 등은 치즈 초보자들이 도저히 먹을 수 없는 독특한 발효취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스트링치즈는 짧은 숙성 기간을 거치는 치즈라 부드럽고 신선한 맛이 치즈를 자주 접하지 않았던 치즈초보자들에게 권할 만한 것이다.

치즈 100g을 만들려면 우유 1L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치즈에는 우유에 들어있는 대부분의 영양성분이 같은 무게의 우유와 비교해 10배가량 농축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또한 치즈는 숙성되는 과정에서 유산균이 분비하는 효소에 의해 단백질과 지방이 분해되므로 우유에 비해 소화 흡수가 잘 된다. 우유를 마시면 복통과 설사를 하는 유당불내증을 가진 사람들도 무리 없이 먹을 수 있다.

치즈의 원재료인 우유를 선조들은 시월상달부터 이듬해 봄까지 몸을 보하는 음식으로 상식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쌀이나 산약 등처럼 성질이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맛이 달아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주식으로 자리매김을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우유의 영양성분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치즈, 그중 담백하고 신선한 맛이 최고인 스트링치즈는 그냥 손에 들고 세로로 쪽쪽 찢어 먹어도 좋고 토마토와 함께 샐러드로 만들어 먹어도 좋다. 계란 푼 물에 담갔다가 빵가루 묻혀 튀겨내면 그게 바로 치즈스틱이다. 파슬리 따위 없어도 된다. 청양고추 곱게 다져 빵가루에 섞어 튀기면 매콤하고 고소한 맛이 절로 맥주 한 잔을 부른다. 혹 가까이 사는 친구라도 있으면 청해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바깥세상의 울분을 토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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