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놓고 농가·농협은 발 ‘동동’ 정부는 ‘미적지근’

농민, “수확 앞뒀는데 생산비도 안 나와”
농협, “저장 물량 처리에 골머리”

  • 입력 2014.03.14 13:29
  • 수정 2014.03.14 13:31
  • 기자명 안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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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우스에서 자란 조생양파. 구가 비대해져 곧 수확을 앞둔 상태다.
조생양파 수확이 한 주 앞으로 다가왔지만 양파 가격은 연일 하락세다. 13일 기준 가락시장 양파 1kg 상품 경락가는 525원. 정부가 정한 위기단계별 가격 중 제일 아래에 해당하는 심각 단계에 해당하지만 농민들은 “심각 수준이 아니라 이건 망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지역농협 역시 저장 양파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큰 폭의 적자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이동필)는 지난달 26일 양파즙 가공확대와 소비촉진 방안을 발표한 이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급한 농가와 농협 입장에선 “정부가 양파 문제를 농가와 농협에 떠맡기고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이후 추가 대책이 수립되더라도 수확이 코앞으로 닥쳐온 시점에서 농식품부의 대응은 한 발 늦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포전거래 안되는데 양파야 익지 마라”

양파 주산지인 무안군 몽탄면, 조생양파가 자라고 있는 하우스 문이 활짝 열려있다. 어떻게든 양파 출하시기를 늦춰보고자 양파 생육을 더디게 하기 위한 농민들의 임시방편이다. 하지만 조생양파의 구는 이미 비대해져 곧 수확을 할 수밖에 없는 상태다.

중간 상인들의 저장고에 아직 지난해 양파가 많이 남아있고 가격 지지도 안 되니 상인들의 발걸음도 뚝 끊겼다. 무안군 몽탄면에서 조생양파를 재배하는 임정심(60)씨는 “상인과 밭떼기 계약만 했지 언제 얼마에 사갈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태다”라며 “포전거래를 못하면 공판장에 직접 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처럼 가격이 쌀 땐 이미 공판장을 꽉 잡고 있는 상인과 농민 개개인이 경쟁해선 좋은 가격을 받기는 힘들다”고 한숨지었다.

한편 무안군농민회는 지난 26일 농식품부에 양파 가격 폭락에 대한 가격안정대책 수립을 요구하고 나섰다. 무안군농민회는 건의문에서 ▲농산물 수급조절 매뉴얼에 의거, 양파 상황을 경계 단계에서 심각 단계로 상향 발령해 줄 것 ▲저장양파에 대한 정부수매와 가공을 통한 소비확대 및 수출격리 ▲양파 최저생산비를 kg당 215원에서 350원으로 현실화 할 것을 요구했다.

농협, 저장 양파 처리 고심…적자 피할 수 없어

무안농협은 저장 양파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수확기에 양파 20kg 망당 1만6,000원에 수매했지만 이후 양파 가격이 하락세를 타면서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무안 내 농협이 보유하고 있는 저장양파 물량은 10일 기준으로 1,233톤. 20kg망으로 계산하면 6만1,670망으로 농협이 수매한 전체 양파 물량의 20%가 조금 되지 않는다.

오준영 무안농협 상무는 “양파즙 가공과 일부 물량 폐기로 저장 물량을 처리할 계획이다. 하지만 양파즙을 가공할 수 있는 시설을 농협이 보유하고 있지 못해 처리에 적어도 한 달은 걸릴 것이고, 양파 폐기도 군 협의회를 거쳐 시기를 정해야하기 때문에 지금 즉시 시행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적자 때문에 새로운 사업 시작도 어려울뿐더러 조생양파 가격 지지도 힘든 상황이다. 농협의 역할을 다해 양파 수매를 했지만 수십억 적자가 나게 생겼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별 뾰족한 수가 없는 입장이다”고 말했다.

정부, “상황 봐서 대처 마련할 것”

앞서 26일 농식품부는 양파 가격이 심각단계로 떨어지면 계약재배 물량을 통한 수급조절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농식품부 원예산업과 관계자는 “가격이 몇 번 심각 단계로 떨어졌다고 해서 바로 심각 단계를 발령하는 것은 아니다. 대체적인 가격 추세를 봐서 심각한 수준이 지속되면 발령하는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양파 수급조절 관련 논의를 거치고 있다. 중·만생종의 경우엔 아직 작황을 파악하기에 시기가 이르다. 양파 가격이 최저가격으로 떨어진 만큼 조만간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안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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