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나이 스물여덟, 경기도 여주에서 농사짓고 있는 젊은 농부 허향화입니다. 하하. 진짜 젊지요? 고향은 전남 해남인데요. 한국농수산대학을 2009년에 졸업한 뒤 여주로 왔어요. 학교 선배가 농사 같이 지어보는 게 어떠냐고, 권유해서요. 부모님이 계신 고향으로 내려갈까 고민도 했지만 제 농사를 지으며 자립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 여주에 남았어요.
이곳에 온 지도 벌써 6년째네요. 선배와 고구마?땅콩도 재배하고 작년엔 7천 평 규모로 벼농사도 지었어요. 작년 벼농사 수익이요? 벼농사가 워낙 적어서… 1천 만 원에 조금 못 미쳤어요. 그래서 겨울 작물로 상추를 심었는데 정말, 휴…. 상추 1상자에 2천원 받았어요. 2천원 받으면 상자가격 800원, 수송비 600원, 시장 수수료(8%) 160원, 하차비 100원 정도가 빠지거든요. 그럼 한 300원 남아요. 겨우. 48상자를 시장에 출하했는데 손에 쥔 돈이 1만 6,000원 정도였어요. 1상자 당 최소 5,000원은 받아야 해요. 학교 선배?동기와 함께 고생은 고생대로 했는데 인건비도 주지 못했어요. 그땐 정말, 왜 농사짓나 싶더라고요. 가격 보장만 확실히 된다면 농사 정말 재밌게 해볼 텐데요. 일 힘든 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젊으니까. 그런데 가격이 발목을 잡아요.
어렸을 때 부모님 농사짓는 것 보면서 수익도 없고 힘만 드는 일을 왜 하나 싶어 부모님 원망 많이 했거든요. 막상 해보니 알겠어요. 정부 정책이, 시장 구조가 그럴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다는 걸요. 제 가격을 받을 수가 없어요. 농민운동이 이래서 필요하구나, 생각했죠. 지금은 여주시 농민회에서 선전부장 맡고 있어요. 여주군4-H연합회 회장도 맡고 있고요. 여담인데요. 농민회는 모두 형님이거나 아버님 세대라 제가 막내에요. 하지만 4-H는 젊은 친구들이 많아요. 올해 결혼할까, 고민 중인데 여자친구도 4-H에서 만났거든요. 지난 겨울동안 연애 하느라 바빴어요. 헤헤.
올해요? 올핸 가지 농사부터 시작하려고요. 하우스 3동을 임대했거든요. 속 비닐도 새롭게 설치하고 거름도 펴고 준비 많이 했어요. 여주가 가지 생산량이 전국 1위잖아요. 준비한 가지 모종만 900상자에요. 친환경 인증 받아서 경기도친환경급식센터로 전량 출하하려고 하는데 잘 될지 모르겠어요. 친환경 급식문제가 아직까진 정치적으로 결정되다보니, 나중에 친환경 급식 안한다고 할까봐 그게 걱정이죠. 벼농사는 조금 줄었어요. 3천 평 정도 될 것 같아요.
하지만 여건이 된다면 다른 농사보다 벼농사부터 늘릴 거예요. 쌀은 특별하니까요. 전, 벼농사가 살아야 우리 농업이 살 수 있다고 믿어요. 그런데 논이 자꾸 밭으로 변하니까…. 올해가 걱정이죠. 쌀 관세화 문제요. 아, 이천농산 문제 아세요. 수입쌀과 국내산 쌀을 섞어서 국내산 쌀처럼 파는 거요. 법이 섞어 팔 수 있도록 판로를 열어 준 것과 마찬가지잖아요. 이것부터 고쳐야 되는 것 아닌가요. 흥분하면 안 되는데….
장기적으로는 체험농장을 운영해보고 싶어요. 체험농장에서 소비자 교육을 진행하는 게 꿈이에요. 소비자들이 직접 농사를 체험하면서 왜 농사가 중요한지, 농업이 왜 소중한지 느꼈으면 좋겠어요. 아직, 소비자들은 그런 절실함이 없는 것 같아요. 물론, 당장은 가지 농사부터 잘 됐으면 좋겠네요. 상추처럼 되면 진짜 안돼요. 열심히 해야죠. 그리고 결혼도 하고요. 당연히 맞벌이해야 돼요. 당분간은 둘 다 농사지을 순 없어요. 저 또한 정착하는 단계인데 아내까지 굶길 순 없잖아요. 여자친구는 회사 다녔으면 좋겠어요. 꼬박꼬박 월급 나오는 회사요. 나중에 체험농장 만든 후에 함께 농사져도 늦진 않다고 봐요. 그렇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