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오렌지 혁명을 본다

  • 입력 2014.03.02 19:25
  • 수정 2014.03.21 16:20
  • 기자명 한도숙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없다고 언론은 연일 타전했다. 그러나 자고 일어나니 대통령 빅토르 야누코비치가 실각 후 잠적하고 의회는 5월에 대통령선거를 한다고 선언했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가.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했으며 이들은 지난 수개월 동안 독립광장에서 대통령 하야요구 시위를 벌여 왔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충돌 100여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 그러나 반정부시위대는 줄기차게 반정부항쟁을 이어갔다. 결국 지난 2월 22일 대통령 빅토르 야누코비치의 실각을 이끌어 냈다.

2004년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빅토르 유셴코 후보가 낙선했다는 발표가 있자, 부정선거에 불복하여 대규모 시위를 주도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던 사람이 율리아 티모센코다. 이 시위는 오렌지 혁명으로 불렸다. 결국 유셴코가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되었으며, 티모센코는 그 공로로 2005년 1월 총리로 임명되었다.

율리아 티모센코 전 총리는 독립광장에 나와 빅토르 야누코비치를 “끔찍한 독재자”라 쏘아붙이며 “그와 그를 추종한 쓰레기들을 독립광장에 불러와 젊은이들의 심장에 총을 쏘게 한 책임을 물어야한다, 용서할 수 없다”고 외쳤다.

키에프 독립광장에 뿌린 피의 값을 야당 지도자들이 제대로 혁명의 완성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친러파와 친서방파의 대결이 새로운 냉전을 가져올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의 시위는 언제 다시 터질지 모르는 화약창고와 다름없다.

박근혜 정부 1주년인 2월25일 민주노총을 비롯한 시민들이 국민총파업 시위를 벌였다. 전국적으로 20만명이 참가하고 서울에서만 5만명 이상이 시청앞 광장을 메웠다. 시위대의 구호는 민영화저지, 박근혜 정권 퇴진.

결국 박근혜 정권은 일 년을 보내며 군림하기위한 정권임을 여실히 보여줬다. 공약을 파기하는 것은 당연사로 받아들였고 국민과의 불통은 여전했다. 부정선거의혹에도 나몰라라 덕본게 없다는 등의 말로 국민의 등에 비수를 꽂아대고 있다. 자신에게 반대하는 세력에겐 무조건 종북의 굴레를 뒤집어씌우는 재미에 빠져있다. 결국 서울시장도 종북의 틀거리로 몰아갈 것이라는 예측이 있고 보면 지금 종북은 그야말로 보검중 보검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를 보라고 말하진 않겠다. 국민총파업이 가져다 준 의미를 잘 헤아려야 할 것이다. 자신을 반대하는 집단이라고 무시하고 넘기다가는 큰코다칠 수도 있다. 무엇을 지시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자신이 무엇을 할 것이라고 말하는 대통령, 국민들의 요구를 귀담아듣는 대통령이어야 한다.

우리에게도 혁명의 역사는 깊다. 120년 전의 갑오농민전쟁과 광주 민주화운동으로 이어지는 물줄기가 아직 미완성이란 사실이다. 잘못 휘두른 보검으로 자신을 망치고 국가를 망치는 우를 범한 선대의 지배자들을 보라. 그것을 보고도 국민들의 소리를 외면, 배척할 용기가 있는가.

세상은, 어느 날 갑자기 다른 세상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우크라이나에서 본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