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조절, 물가 잡는 수단으로만 이용되지 말아야

  • 입력 2014.03.02 19:15
  • 수정 2014.03.27 14:07
  • 기자명 안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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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1.3%로 IMF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정작 소비자들은 “월급 빼고 다 오르는데 무슨 소리냐”라고 하지만 어쨌든 통계청이 발표한 바에 의하면 그렇다.

그런데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물가 상승률이 낮아진 가장 큰 원인은 지난해 폭락한 농축산물 가격 때문이다. 특히 신선채소 가격 하락이 컸다. 2012년에 대비해 고춧가루는 27.9%, 배추는 36.7%, 무는 33.2%, 파는 44.9% 하락하는 등 거의 모든 품목에 걸쳐 가격이 바닥을 쳤다.

이는 마치 물가 상승의 주범이 농축산물인 것처럼, 농축산물 가격을 잡아야 물가 상승을 막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정작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항목의 물가는 2012년보다 올랐고 가공식품의 경우 무려 7.8%나 상승했다.

신유통연구원에서 뽑은 2014년 농식품 유통 이슈 1위가 ‘소비자와 생산자가 상생하는 농산물 수급 정책 등장’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정책이 생산자와 소비자의 상생을 위한 것인지 한 쪽에 유리한 정책인지 헷갈린다. 수급 정책의 기준이 되는 가격은 생산자의 생각과 동떨어져 있고 대책 이후 가격은 더 상황이 심각해지지 않는 선에서 그치고 있다. 김장배추 같은 경우, 12월에 배추 가격이 잠시 반등하자 정부는 수매했던 물량을 어김없이 풀었다. 대책 시기도 버스 지나간 뒤에 손 흔드는 격이다.

오히려 수급조절매뉴얼이란 기준 가격에 얽매여 산지에서는 수확기 가격 폭락으로 긴급 상황인데 정부에선 “아직 경계단계까지는 진입하지 않아 일단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한편으론 이 정책이 “일정 기준 이상 가격이 하락하지 않았으니 더 두고 봐야 한다” 혹은 “가격이 일정 기준 이상 올랐으니 수입을 해야 한다”는 명분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정부는 수급조절 정책이 생산자의 입장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돌아봐야 한다. 그리고 소비자와 생산자의 상생을 위한 정책이 소비자 물가란 수치를 낮추기 위한 수단이 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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