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한가지만 고르라면!

  • 입력 2014.02.22 16:40
  • 기자명 박두남 안성의료생협 치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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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 나도는 말 중에 이런 것이 있습니다. 무인도에 갈 때 꼭 세 가지만 가지고 갈 수 있다면 무엇을 고르겠습니까?

요즘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치과의사를 하면서 꼭 3가지만 골라서 그것으로만 환자를 보아야 한다면 나는 무엇을 선택할까? 만약 딱 한 가지만 고르라면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신기하게도 마지막 한 가지는 처음에 고른 세 가지 중에 들어 있는 것이 아니더군요. 저는 마지막 한가지로 양치질을 선택했습니다.

우리가 치아를 잃게 되는 입안의 질환 중 대표적인 두 가지는 치아가 삭아서 생기는 충치(치아우식)와 치아 주위의 뼈가 줄어드는 잇몸질환(치주질환)입니다. 그런데 이 두 질환은 세균과 관련이 깊습니다. 즉 입안에 세균이 많으면 많을수록 위 두 가지 질환이 잘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입안은 세균이 살기에 아주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침은 적절한 수분을 공급하고 체온에 맞추어진 따뜻한 온도는 세균이 늘어나기에 최적의 조건을 제공합니다. 그뿐 아니라 입안으로는 세균의 양분이 되는 음식물이 정기적으로 공급됩니다. 입안의 세균 입장에서는 이런 지상낙원이 없을 것입니다.

세균을 줄이기 위해 침과 체온을 조절할 수 없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세균의 먹이가 되는 양분을 줄이는 것 뿐입니다. 그럼 입으로 밥을 먹지 말라는 말? 물론 그럴 수는 없지요. 우리가 식사를 하고 난 후 입안에 남아 있는 음식물 찌꺼기를 제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바로 양치질입니다.

환자분들 중에 치아를 씌우면 입안이 튼튼해져서 씌우지 않은 것 보다 더 강해지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시는 분이 계십니다.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씌운 치아는 씌우지 않은 치아보다 충치도 더 잘 생기고 잇몸도 더 나빠집니다. 왜 그럴까요? 아까도 얘기한 것 처럼 충치와 잇몸병은 세균과 관련이 아주 깊습니다. 세균이 많을 수록 이 두 질환은 더 잘 생깁니다. 씌우게 되면 아무리 잘 만든다고 해도 치아와 보철물의 경계면이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이 미세한 경계면은 세균의 먹이가 되는 음식물 찌꺼기가 잔류하기에 또한 최적의 장소입니다. 치아를 씌우기 전의 양치질 습관이 그대로 남아 있다면 치아를 씌우고 나서 그 치아에 이상이 생기는 시간은 훨씬 빨라질 것입니다.

서너달이 걸려 신경치료며 잇몸치료며 보철치료를 받으신 환자분들의 치료가 종결되어 정기검진으로 예약을 잡아드릴 때 제가 빼 놓지 않고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치과에 자주 오지 않고 이 상태로 오래오래 쓰실지 아니면 곧 문제가 생겨 다시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는 환자분의 손에 달려 있다고.

꼭 한 가지만 골라야 한다면 저는 양치질을 주저하지 않고 고르겠습니다. 양치질이 너무 중요하다는 상징적 의미가 아니라 양치질은 실제로 훌륭한 치료입니다. 양치질을 절대 가볍게 보시면 안됩니다. 특히 치과 치료가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워 무조건 피하고 싶은 분이라면 치료받기 전에 꼭 양치질을 개선해야 합니다. 양치질 개선 없이 절대 치과의 악몽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한국농정신문으로 여러분과 만난 것이 작년 8월 이었는데, 봄개편으로 아쉬운 작별을 하게 되었습니다. 모쪼록 의료진에게만 여러분의 몸을 맡기지 마시고 의료진과 함께 여러분의 몸을 관리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박두남 안성의료생협 치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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