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직거래의 기본을 다시 생각하자

  • 입력 2014.02.22 16:37
  • 기자명 김호 단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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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호 단국대 교수
농민들의 이야기 중 “정부가 하라는 대로 하면 망하고, 반대로 하면 이익이 된다”는 말이 있다. 이 의미는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먼저, 경제학의 기초 중의 기초인 수요공급이론에 의해 정부의 정책을 따라가는 많은 농민을 피하여 반대로 가면, 공급이 부족한 품목을 재배하게 되어 가격이 올라간다는 의미일 것이다. 또 정책에 순응하여 생산했지만 정부는 판매방법을 알려주거나 최저가격을 보장해주는 책임은 지지 않는다고도 이해할 수 있다.

나아가 정책이 농업·농촌의 현실과 거리가 멀고 지역이나 품목의 특성에 부합되지 않는 보여주기식 또는 실적 위주의 면피성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의미도 된다.

이러 저러한 이유로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은 날로 쌓여가고 있다. 특히 농민의 의사에 반하는 각종 농산물개방정책과 이에 대한 대책의 비실재성 등으로 불신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농민조직이나 소비자조직에서 자생적, 자발적으로 일궈온 소중한 자산을 정부의 보여주기식, 실적 위주 정책개입으로 인해 왜곡되고 있는 사례 중 대표적인 것이 직거래이다. 현대사회에서 직거래는 친환경 유기농업을 하는 자생적인 생산자조직과 생협 등 소비자조직에 의해 시작되었다. 최근에는 꾸러미사업과 노변판매, 소규모 생산자와 소비자 간 얼굴 있는 직거래가 활성화되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농산물 등 직거래 활성화에 관한 법률안’에는 이러한 직거래의 현실에 대한 이해와 특성이 반영되어 있지 않다. 지난해 5월에 발표한 ‘농산물유통구조개선 종합대책’의 보조적 수단으로 생각된다. 즉 직거래를 통해 도매시장유통에 대한 견제역할을 하기 위해 이 법률안을 이용하고자 하는 의도를 저변에 깔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수입농산물까지 직거래의 대상에 포함시키는 웃지 못 할 내용도 있다.

이 법률안은 대량물량의 도매시장 이외의 유통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소위 직거래 유통비율 목표치 달성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농산물 도매물류센터를 이용한 도매시장 밖 유통과 도매시장을 경유한 시장유통이 생산자수취가격 및 소비자지불가격에 미치는 차이는 미미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산지조직화와 소비자조직화이다. 여기에서도 소농과 고령농, 여성농업인이 실행하고 있는 직거래는 소외되고 있다.

직거래 활성화의 정책적 추진 원칙과 목표는 로컬푸드, 생산자와 소비자의 교류 및 제휴 등의 원칙에 입각하여 주류(main) 유통에서 상대적 불이익을 받고 있는 영세소농과 고령농이 주체가 되도록 하여야 한다. 로컬푸드는 생산자와 소비자 간에 소통, 교류, 신뢰 등 3가지 기본원칙을 가지고 있어 직거래와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지고 있다. 직거래의 목표는 이들의 농가수취가격 향상을 통한 소득증대에 있다.

또 가공품은 농가 또는 농업인조직이 가공하며 원료농산물은 100% 국내산인 것으로 한정해야 한다.

참고로 미국의 농산물 직거래법에 대해 알아보자. 이 법은 1976년에 제정되었고 법률의 목적은 소비자의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와 농업의 상업화 추세에서 가족농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중소농가의 노력을 지원하는 데에 있다.

또 직거래의 개념을 노변판매장, 농민시장, 차량을 이용한 배달판매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저비용으로 고품질의 농산물을 제공하고 생산자의 수익을 증대시키는 생산자(또는 생산자단체)가 소비자(또는 소비자단체)에게 직접 농산물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규정하고 있다. 두 주체가 서로 이익이 되는 상호호혜의 원칙을 중시하는 것이다.

그래서 직거래 주체로서 생산자 또는 생산자조직과 소비자 또는 소비자조직 만을 인정하고 있다. 생산자가 소매업체, 식당 등과 거래하는 것은 엄격한 의미에서 직거래의 범주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직거래의 개념과 범위를 좁은 의미로 해석하여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대표적인 농산물 직거래 유형으로서 농민시장, 체험수확, 공동체지원농업(CSA), 노변판매, 농장직매장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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