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안전성의정서 당사국총회를 생각하며

  • 입력 2014.01.18 20:19
  • 기자명 김은진 원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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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진 원광대 교수

올해 9월 말에 강원도 평창에서는 제7차 바이오안전성의정서 당사국총회가 개최된다. 이 총회가 끝나고 나면 곧장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도 개최될 예정이다. 생물다양성협약이나 바이오안전성의정서는 대표적인 환경관련 국제조약이지만 농업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협약이기도 하다. 농업이야말로 지구상의 다양한 생명체를 인간이 어떻게 활용해 왔는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종자의 문제는 이 두 조약과 가장 밀접한 문제라 할 수 있다.

생물다양성협약에서 말하는 다양성은 생물종의 다양성과 생태계의 다양성 두 가지를 말하는데 생물종의 다양성은 세계 각지에서 농민들이 해오던 자가채종의 관행을 무시하고는 생각할 수 없는 문제이다. 또한 바이오안전성의정서는 한걸음 더 나아가 생물자원을 이용하여 만들어낸 유전자변형생물체(GMO, 이하 지엠오)가 종자로 상업화되기 시작하면서 생겨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리고 이 문제는 종자기업들에 대한 각종 독점적 권리와 직접 부딪치는 문제이다. 그런 의미에서 두 조약은 환경문제만큼이나 농업문제로서 바라봐야 하는 중요성을 가진 조약들이다.

이번 의정서 당사국총회에서 주요하게 다뤄질 의제로 꼽히는 것은 새로운 지엠오에 대한 위해성 평가지침의 채택 여부,`사회·경제적 고려사항의 개념 규정, 식품·사료용 지엠오 수출입에 따른 식별·표시방법 등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 의제들은 그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현재 당사국총회를 앞두고 정부측이나 민간이나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이미 지난 2010년 이후 끊임없이 지엠오가 논밭 주변에서 발견되고 있고 그 빈도수나 장소도 증가추세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아직 지엠오를 재배하는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종자문제로 접근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인 듯하다.

더욱이 그동안 WTO의 각종 당사국총회에서 우리나라의 농민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이며 싸워왔던 주제는 주로 FTA에 관한 것들이었다. 이는 식량주권의 문제에서 우리나라에 당면한 과제가 주로 FTA 체결로 인한 농업의 피해에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의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더구나 올해는 TPP문제까지 겹쳐지면서 농민들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뿐만아니라 여전히 쌀수매가격에 대한 문제 역시 해결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런 당면과제들을 앞에 두고 굳이 이 당사국총회를 이야기하는 것은 이를 계기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해보기 위해서이다.

다른 조약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이 두 조약 당사국총회에도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는 많은 분야의 활동가들이 모이는데 그 공동관심사가 지엠오이다. 재배하는 나라, 재배하지 않는 나라 모두의 관심사일수밖에 없는 것은 지엠오 문제는 생태계, 농업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지적재산권을 통한 권리독점의 문제이고 바로 몇 개의 초국적기업에 의해 세계의 시장이 좌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서 이것을 먹어도 안전할 것인지가 확실하지 않은 식량의 문제이며 식량문제는 곧 인류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나라마라 이 지엠오 문제에 대해 핵심적으로 싸우는 주제들은 다양하다. 재배 금지를 요구하는 나라, 수입금지를 요구하는 나라, 표시제를 요구하는 나라도 있다. 자신들의 자원을 빼돌리지 말라는 나라, 종자에 대한 지적재산권 등의 독점을 금지하기를 요구하는 나라도 있다. 이런 다양한 경험들이 한 자리에 모여 논의할 수 있는 자리가 바로 이 당사국총회이다. 그래서 이 당사국총회라는 기회를 우리가 십분 활용할 수 있는 계획을 마련했으면 한다. 이제 8개월 남짓 남은 기간동안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는가에 따라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도 달라질 것이다. 예컨대 지금 국회에 계류 중인 지엠오 표시제 개정안을 국제적 논의로 삼을 수도 있다. 아니면 이미 몇 년 째 지속되는 유통 중 낙곡에 의한 지엠오 자생 문제에 대한 대책을 논의해 볼 수도 있다. 지난 2008년 람사르협약 당사국총회가 우리나라에서 개최될 당시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논을 습지로 인정받았던 경험을 우리는 가지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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