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을 생각할 때

  • 입력 2014.01.10 15:42
  • 기자명 우희종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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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희종 서울대 교수

어느덧 통일이란 단어가 언론매체에서 화려하게 등장했다. 그동안 통일이나 북한과의 소통을 부르짖는 측은 진보 쪽의 입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현 대통령이 취임 후 첫 내외신 회견 자리에서 통일시대를 준비하자는 발언과 함께 통일은 대박이란 표현마저 등장했다.

물론 이것이 국가정보원이 대선에 개입한, 민주헌정을 흔드는 치명적인 현 국내 정세에 대한 관심 돌리기에 불과할지는 몰라도, 분명히 통일이란 우리민족에게 가장 근본적인 해결과제임엔 틀림없다. 해방이후 분단의 역사는 반세기가 넘도록 우리민족의 발목을 잡고 있다. 그동안 독일이나 베트남의 사례에서 보듯이 분단 상태와 통일된 모습의 국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비록 그 과정에서 치러야할 대가는 결코 작지 않지만, 집안싸움 하면서 자신들이 챙겨야 할 몫 자체도 주변국에 빼앗기는 현실에서 단합된 한 국가로서 대내외적으로 힘을 합칠 때 진정한 자국의 번영을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행히도 지난 정권인 이명박 정부 때는 앞선 10년의 대북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어, 철저히 남북 간의 교류는 차단되어 버렸다. 그 결과 정치, 경제, 문화 등 여러 방면에서 북한과 중국의 유착은 더욱 공고히 되고, 한반도 및 한민족의 뿌리마저 자국의 팽창 기조에 편승시킨 중국의 동북아 공정에 일조를 하게 되었다. 이러한 흐름은 최근 장성택의 몰락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거의 북한을 헐값에 팔아넘기는 상황의 기반이 되었고, 더 나아가 북한사회의 높아지는 대중국 의존도와 중국의 공격적 대북한 유대강화 속에서 남북 간의 소통과 협력 가능성은커녕, 전체 북한 지역이 중국의 소수 민족 지역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낳았다. 그런 면에서 대통령의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통일을 언급한 것은 통일에 대한 생각이 전무했던 이명박 정권과는 달리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통일에 따른 변화는 사회전반에 걸쳐 나타날 것이고 단기적으로 이 변화 흡수에 대한 사회적 비용이 요구되겠지만, 장기적으로 산업적으로만 보아도 북한의 희토류를 포함한 광물자원과 노동력이 남한의 자본과 기술과 만나 상승효과가 예상됨은 누구나 알 수 있다. 물론 신자유주의 정책에 입각한 정부의 FTA 개방정책으로 인해 그 효과는 반감되겠지만, 농축산분야만 보아도 식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북한사회에 대한 지원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남측의 농축산업 활성화도 예측할 수 있다.

그런데 대통령의 통일 언급이 현실 속에서 구체화되기 위해서 과연 대통령과 여권의 통일의지가 어느 정도이며, 통일에 대한 기본적 시각은 어떠한 것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남북교류와 통일문제는 민주진보 세력 측의 주된 요구였고, 현 집권당에서는 그러한 주장에 대하여 종종 종북이라는 황당한 틀로 묶어 비난해 온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통일은 대박이라는 표현 속에 담긴 신자유주의적 시각이나 북한의 비핵화 등 앞으로 여러 나라의 이해관계 속에서 정리되어야 할 내용을 전제로 한 채 통일을 이야기해 봤자 현실 속에서 희망차게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또 국제 관계 속에서 나만의 대박이란 있을 수 없다. 통일이 단지 남측의 공허한 정치수사로 끝나지 않으려면 상대방인 북한에게 무엇을 줄 수 있으며 무엇을 얻을 것인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더불어 남북이 서로 공감할 수 있는 통일에 대한 가치 공유가 필요하다. 이것은 주변국 그 어느 나라도 원하지 않는 한반도 통일을 우리 손으로 반드시 만들어 내겠다는 강한 신념과 상호 노력 없이는 얻어지지 않는다.

생각해 보면 1972년 7월, 남북공동성명을 발표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이었기에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을 이루거나 최소한 통일기반을 확고히 만들 수만 있다면, 한국 역사에 오점과 상처로 남겨져 있는 군사 쿠테타에 의한 장기 군사독재와 민주화 탄압의 아픔을 속죄하는 모습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통일은 단지 대박이라는 천박한 표현으로 거론될 사안이 아니다. 그것은 역사와 민족의 염원이자 우리가 가야만 하는 형극의 길이다. 그리고 그것은 보수진보의 틀을 넘고, 과거의 상처를 진정 치유하며, 우리사회가 더 이상의 극한 대립과 갈등으로 나아가는 것을 막는 가장 유효한 길임을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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