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개막한 회의에선 무역 촉진과 농업보호, 최빈국 패키지를 내용으로 한 발리 패키지를 논의했다. 발리 패키지는 로베르토 아제베도 WTO 사무총장이 제안한 내용으로 개발국과 개도국 사이를 중재하는 내용을 담았다. 무역촉진은 개발국에 당근을 제공한 것으로 상품의 세관 절차를 줄이고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이다.
농업보호는 G33(인도네시아 등이 포함된 개도국 그룹)이 제안한 안들로 구성돼 있으며 식량안보와 국내 식량원조를 위한 공공비축 시행 허용이 핵심 내용이다. 이와 함께 G20 (BRICS 중심 개도국 그룹)이 원하는 수출보조금 중단과 수출융자 규제 등을 포함했다. 이는 미국과 EU 등 개발국에겐 불리한 조항이다.
변수는 인도의 선택이다. 인도는 지난 9월 식량 공급을 위한 보조금을 빈민들에게 지급하는 내용인 국가식량안보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WTO의 규칙을 위반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개발국은 인도에 몇 년간 분쟁해소절차를 유예하는 이른바 ‘평화조약’을 제안한 걸로 알려져 있다.
발리에서의 협상타결은 어렵다는 전망이 대세다. 지난달 29일 발리에 도착해 현황을 살펴본 김미경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사무총장은 “인도의 결정이 중요하고 농업협상이 타결이 안 되면 무역촉진도 어렵다”고 분석했다.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연구소 부소장 역시 “2007년 세계경제위기 이후로 보호무역정책을 펴는 나라가 늘고 있다”며 진전된 합의가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WTO를 저지하려는 국제연대단체들은 이 기회에 WTO를 끝장내겠단 목표를 제시했다. 상징적 구호도 ‘End WTO’로 내걸었다. 지난 1일 인도네시아 현지에선 연대조직 스마(SMAA)를 출범하고 전선을 만든 상태다.
비아 캄페시나의 한 스텝은 “인도가 ‘평화조약’을 수용하지 않도록 압력을 넣는 게 필요하다”면서 “회의장 안에 출입하도록 허가받은 NGO 회원들과 연대해 활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관광지란 특성상 발리에서의 WTO 반대 투쟁은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했다. 지난 2003년 폭탄 테러 뒤 강화된 경찰의 통제로 국제연대단체들이 회의장인 누사두와 단지로 접근하는 걸 원천 봉쇄했다. 3일 국제행동의 날 행진도 경찰의 제지에 막힌 채 마무리됐다.
테러 뒤 관광업이 움츠러든 발리지역 주민들도 보안을 강화할 수밖에 없는 WTO 각료회의와 국제연대단체 둘 다 반기지 않는 분위기란 설명이다. 윤금순 비아캄페시나 동남·동아시아 대표는 “협상장 접근이 힘들고 현지 단체의 협조를 얻어 활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한편, 윤상직 산업자원부 장관은 4일 각료회의 전체회의에 참석해 “발리 패키지는 반드시 타결돼야 한다”면서 “그 결과는 세 개의 주요 분야를 모두 포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기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