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댁 어머니의 콩탕은 뜨끈하고 맛있다

  • 입력 2013.12.06 17:52
  • 기자명 고은정 약선식생활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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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느 하루도 거르지 않고 늘 어머니의 음식과 만난다. 바쁜 나를 대신해 밥상도 차려주시고 가끔은 교육에 필요한 도움도 주시니 그렇다. 더러 밖에 나가서 매식을 하는 날에도 나는 어김없이 집밥에 대한 갈증으로 또 다시 어머니의 음식과 마주 하게 된다.

그런 만남 중에 빠지지 않는 식재료는 단연 콩이다. 콩의 변신은 화려해서 맛이나 모양 그 어느 것 하나 소홀한 대접을 받을 것이 없고 시간도 담기고 정성도 담기고 기원도 담기는 것이 대부분이라 귀하기 이를 데 없다. 해마다 담그시는 된장이나, 막장, 간장, 고추장이 그렇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자주 띄워두고 신 김치와 함께 넣고 끓여주시는 청국장도 있다.

보통학교를 2년도 채 다니지 못했다 하시는 어머니는 배운 것이 없어 자식들에게 늘 미안하다시며 밥상을 차리시지만 책을 통해서만 배운 내가 가늠할 수 없는 삶의 깊이와 지혜가 같이 차려지는 밥상이라 늘 감탄을 하게 된다.

콩죽 한 그릇을 끓여 먹이시는 것으로 가족들의 여름건강을 챙기셨던 어머니의 가르침은 ‘쌀알이 다 퍼진 후에 간을 해야 하는데 콩죽에 간을 할 때는 좀 묽다 싶을 때 소금을 넣고 불을 빨리 꺼두었다가 조금 식은 후에 먹어야 한다’ 같은 것이다.

나는 직접 콩죽을 쑤어 보고서야 농도가 알맞을 때까지 끓인 콩죽은 식은 후에 먹으려면 너무 돼서 먹기 불편하고, 뜨거울 때 먹는 콩죽은 식은 것보다 고소함이 덜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콩죽을 쑬 때 소금을 넣으면 두부를 만들 때처럼 콩물이 약간은 엉기게 되어 되직해진다는 것이었다.

날이 추워지면 김장을 하고 메주를 쑨다. 메주를 쑤면서 어머니는 집안에 있는 콩을 다 털어 쓰지 않고 아주 조금 남겨두신다. 남긴 콩의 일부를 덜어 청국장을 띄우고 또 남겨 둔 콩은 두부를 만들어 먹기 위해서다.

육류를 덜 좋아하시는 탓에 아주 가끔 속이 허하다 하시고 그럴 땐 두부가 최고라 하신다. 그리고 벼르고 별러서 날을 잡고 사람들을 부르고 잔치하듯 두부를 만드신다. 성형을 하기 전에 한 그릇 떠서 양념간장을 얹어 먹는 초두부의 훌훌함이 참 훌륭하나, 각이 잡혀 나오는 두부의 고소함은 또 다른 맛으로 사람들을 감탄하게 한다.

두부를 하는 날엔 반드시 부산물로 나오는 찌꺼기 비지가 있다. 한 번 먹을 만큼 뭉쳐서 장독대에 두고 얼렸다가 비지찌개를 끓이기도 하지만, 청국장을 띄우는 방식으로 비지를 쿰쿰하게 띄워 돼지비개라도 몇 점 넣고 끓이면 발효된 비지찌개의 깊은 맛은 비길 데 없이 맛있는데 그것이 홍천의 고작비지찌개다.

눈도 한 차례 다부지게 내렸고 이제는 누가 뭐래도 겨울이다. 이렇게 추운 날엔 가끔씩 고작비지찌개 생각나지만 그게 그리 만만한 음식이 아니니 그냥 비지찌개라도 해먹고 싶다. 하지만 산골에서 두부를 하지 않는 한 비지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고 투덜거리니 어머니께서 이 없으면 잇몸으로 사는 수가 있는 법이라 하시며 콩을 한 줌 꺼내 오신다.

그리고 해주신 음식은 고향이 홍천인 어머니의 어머니로부터 배운 음식인 콩탕이었다. 불린 콩을 갈아 바로 끓여서 해먹는 음식으로 모양은 비지찌개와 같으나 원재료인 콩의 맛이 그대로 담긴 음식이라 이름에도 콩이 그대로 담겨 콩탕이라 부른다. 어머니가 뚝배기에 끓여주신 홍천의 음식 콩탕은 뜨끈하고 맛있게 바깥일에 지친 나를 위로하기에 충분한 음식이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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