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의 광역학교급식지원센터 설치

  • 입력 2013.12.06 16:28
  • 기자명 김호 단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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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호 단국대 교수
충청남도에서 도 차원의 광역학교급식지원센터(이하 ‘광역센터’)를 설치하기로 했다. 1년여의 기간 동안 우여곡절을 거쳐 결정됐는데, 이는 민과 관의 합의과정이 순탄치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마도 광역지자체 단위로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설치한 것은 전국에서 유례없는 일이 아닌가 한다. 광역센터는 우선 충남의 학교급식에 관한 정책개발과 의사결정기구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출발하기로 했다. 광역센터는 궁극적으로 로컬푸드 체계를 구축하고 지역농업과 연계된 식생활교육을 추진하며 시군 학교급식지원센터 간 네트워크도 만들어갈 계획이다. 광역센터의 운영위원회는 생산자조직 및 단체, 학부모단체, 영양교사, 시민사회단체, 시군 학교급식지원센터, 학계 및 연구계, 교육청 및 도청 등 17명으로 구성되었다.

광역센터 설치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추진과제가 도출되었다. 첫째, 소통과 협력이다. 운영위원 간, 민과 관, 도와 시군, 지자체와 교육지원청 간 소통과 협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점이다. 거버넌스 방식의 추진이 현장에서는 그다지 쉬운 일은 아니었다. 잦은 접촉과 많은 대화와 토론이 이루어져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둘째, 친환경농산물의 학교급식이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 미래의 주역에게 안전하고 건강에 좋은 식품을 공급하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의 친환경농산물을 지역의 학생에게 공급하는 것은 생명순환의 원리에 부합된다. 셋째, 식재료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안전성에 대해 검증하는 시스템과 현물공급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또 학교와 농촌 간의 연계방법인 학농교류는 현장을 견학하고 체험하게 하여 생산과정을 이해시키며 지역농업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고취시키는 일이다. 넷째, 안전한 고품질의 가공식품과 축산물 및 수산물의 공급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특히 가공식품은 안전성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공급체계에 대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이미 경기도 교육청과 서울 성북구에서 실시하고 있는 경험을 배워야 할 것이다.

새삼스러운 이야기지만, 학교급식은 아이들에게 단순히 밥 한 끼 먹이는 데 그치는 일이 아니다. 학교급식은 교육활동이고 생명운동이며 지역운동의 일환이다. 급식은 학생들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이므로 생명의 먹거리를 재료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생명의 먹거리를 통한 학교급식은 올바른 식문화와 식습관을 정착시키고, 건강하고 건전한 미래의 주역을 길러내는 교육활동이다. 또 생명의 먹거리에 대한 판단과 선택, 의식, 습관을 자연스럽게 고취시킬 수 있는 생명운동이다. 학교급식은 지역의 건전한 시민사회단체와 지방자치단체, 생산자조직이 함께 합의를 이루어 지역농업의 희망을 만들어 가며, 지역의 환경과 생명을 지키고 살리는 지역운동의 일환이다. 지역에서 세계가 보이고 밥에서 우주를 볼 수 있다.

학교급식의 의미가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서울시 교육청은 시대역행적이며 단시안적인 처사를 하고 말았다. 학교급식에 이용되는 친환경농산물의 비율을 기존의 60%내지 70%에서 50%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더구나 경기도는 친환경 무상급식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이는 정부의 친환경농업정책과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일이다. 농식품부는 친환경농산물의 유통활성화를 위해 직거래를 기조로 하여 학교급식 나아가 공공급식과 단체급식의 추진, 직거래장터, 도매시장 거래방식의 개선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학부모들도 친환경농산물 학교급식의 장점으로 안전성과 위생이 보장되며 자녀의 성장발육에 도움이 되고 자연생태계의 보전에 기여한다는 데에 동의하고 있다. 또 친환경농산물 학교급식을 통해 학부모 가정에서의 친환경농산물 구입도 증가하고 있다. 지역의 지자체와 학부모, 정부, 생산자조직 등이 그 의미를 인식하고 다양한 정책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런 판국에 친환경농산물 학교급식을 축소하는 것은 현대사회의 추세와 시민의 의식수준을 무시한 처사로 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지금 시급한 것은 친환경 식재료를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산지를 확보하고 제도적 기반과 체계를 만들어가며, 중장기적인 추진방안을 세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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