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시민 연대 속 전국농민대회 성사

농업 포기 ‘개탄’ 농민 옆 지킨 시민들
“농민 살아야 도시 소비자도 잘 산다”

  • 입력 2013.12.01 17:12
  • 기자명 한승호 홍기원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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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전국농민대회가 생산자인 농민들과 소비자인 시민들의 연대 속에 성황을 이뤘다. 적잖은 시민들이 농민들의 절박한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고 함께 대회장을 지켰다.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 길(이하 농민의 길)은 지난달 22일 서울에서 전국농민대회를 개최했다. 대회에 참가한 농민들은 서울광장에 모여 쌀 목표가격 23만원 보장, 한중FTA 중단,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실시 등을 요구했다. 이날 대회장에선 농산물이 제값을 받지 못하면 농업을 지속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 전국에서 모인 1만여명의 농민들이 서울역에서 사전대회를 마친 뒤 서울시청 광장을 향해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 거리행진 도중 경찰과 마찰을 빚고 있는 농민들.

충북지역 농민들은 직접 생산한 배추와 무를 들고 상경했다. 양주원씨(충북 제천, 67)는 배추를 보여주며 “이 배추가 100원도 못 받는다”라며 “서울시민들이 직접 보라고 들고 왔다”고 말했다. 장대수씨(경북 청송, 52)는 “포기당 배추가 1,000원은 받아야 하는데 작업비도 나오지 않아 수확을 포기했다”며 “나라가 농업을 포기한 거 아니냐”고 개탄했다. 장씨는 “고추도 2,000근이 남았는데 정부수매도 끝났고 수집상도 찾지 않는다”면서 “건조기에서 꺼내질 못하는데 3개월만 지나면 곰팡이에 벌레가 꼬여 못 쓰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광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이날 대회에서 “정부가 쌀 목표가격 23만원 보장을 시작으로 준엄한 역사의 요구에 답해야 한다”며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실현 투쟁을 힘차게 하자”고 참가자들을 독려했다. 또, 박종권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회장은 “친환경 무상급식이 정착하게끔 관련법을 조속히 개정해야 한다”며 “학교급식법을 전면 개정해 국가가 무상급식 예산의 50%를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같은 농민들의 요구에 힘을 싣는 시민들의 연대도 이어졌다.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은 “투쟁으로 쌀 목표가격 23만원을 쟁취하자”며 “노동자와 농민이 연대해 세상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신 위원장은 “오는 7일 다시 이 땅의 탄압받는 모든 사람들이 모여 박근혜정부에게 우리의 분노를 보여주자”며 비상 시국대회 참가를 호소했다.

▲ 전국농민대회가 열린 서울시청 광장 단상에 올라 합창을 하고 있는 도시소비자들.

문화공연 시간엔 농민을 사랑하는 소비자들이 무대에 올라 <흙에 살리라>와 <농민가>를 합창했다. 합창에 참가한 김용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서울교구 도시생활공동체위원회 회장은 “농민이 살아야 도시 소비자들도 잘 살 수 있다”며 “쌀 생산량이 줄어들고 있는데 유럽의 선진국들은 높은 수준의 식량자급률을 유지하는 농업국가란 걸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활을 수행했던 대학생들도 대회장을 찾았다. 전북 장수군으로 농활을 갔던 한국 대학생 문화연대 학생들은 장수군농민회 형님들을 만나 지지의 마음을 전했다. 서휘원씨(20, 건국대)는 “농민들이 목소리를 낼 방법이 많지 않은 게 안타깝다”며 “농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더 높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 한살림 회원들이 전국농민대회장 옆에서 한중FTA 협상 중단을 위한 10만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대회장 옆에선 소비자단체들이 농민들의 얼은 몸을 녹일 수 있도록 차를 나눠주기도 했다. 그 옆에선 한살림 회원들이 한중FTA의 폐단을 알리는 유인물을 시민들에게 건네며 한중FTA 협상 중단을 위한 10만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주변 시민들에게서 서명을 받던 한승용 한살림 조직지원부 대리는 “지난 9월부터 서명을 받았는데 최규성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에게 시민들의 서명을 모아 전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내년부터 소비자조합원을 대상으로 FTA, TPP 등이 농업에 얼마나 피해를 입히는지 제대로 알 수 있게 교육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승호·홍기원·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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