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예보

  • 입력 2013.11.30 02:21
  • 기자명 한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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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길에 눈이 쌓이면 자동차가 움직이지 못하는게 보통이다. 그래서 미리 다니기 좋은 곳에 차를 대놓고 대비하곤 한다. 나도 출근에 대비해 미리 차를 빼두고 아침에 보니 눈은 한방울도 내리지 않았다. 기상예보가 잘못된 것이다. 요즘 들어 부쩍 기상예보 적중률이 낮아진다는 느낌이다. 공식적으로도 예보정확성이 40%대라 하니 하늘의 일을 알기란 어려운 것인가 보다.

삼국유사나 삼국사기 그리고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기상에 대한 기록이 많이 보인다. 관측 장비가 전무했던 시기에 기상변화는 매우 중요한 일 일수밖에 없다. 한해가 들면 기우제를 지내고 임금이 백성에게 온정을 베푸는 것도 하늘의 일을 알 수 없기에 두려움으로 행했던 일일 것이다. 흙비가 내렸다는 기록이 있는가 하면 오뉴월에 서리가 내렸다는 기록도 있다.

옛 사람들은 기상변화를 속담처럼 만들어 긴요한 정보로 썼다. “해가 집을 지으면 다음날 비가 온다” “석양빛이 붉으면 날이 맑을 징조다” 등 생활 속에서 기상의 변화를 읽을 수 있도록 했다.

기상의 변화는 누구보다 농민들에겐 중요한 정보다. 눈은 오지 않을 것이란 예보에 몸 편히 잠들었다가 하우스가 무너져 내리는 낭패를 농민들은 심심찮게 경험한다.

농사가 경제생활의 모든 것이었던 시절 기후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하늘의 일이지만 미리 예견하고 대비하는 것은 기본적인 일이었다. 해서 세시가 되면 다가오는 해의 기후를 짐작해 보는데 글 꽤나 하는 마을 유지가 올해는 용이 몇 마리니 소가 몇 마리니 하고 알려 농사준비를 하도록 한다.

이글을 읽는 독자들을 위해 2014년 태세를 알려드린다. 내년에는 용이 세 마리에 11일 득신에 소가 여섯 마리, 말이 열두 마리다. 이걸 보면 가뭄과 폭우가 교차하고 수정이 잘 안돼는 기상인 것으로 보인다. 단단히 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기대하시라. 그깟 기상예보쯤 안맞으면 어떠랴. 박근혜대통령만 오도록 하면 된다. 아니 박근혜대통령에게 부탁하면 된다. 이 말은 거짓이 아니다. 이미 박근혜대통령은 신통방통한 능력으로 날씨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된 바 있다.

중국 뻬이징에서는 건조한 하늘에 단비를 내리게 했고,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는 오던 비를 뚝 그치게 했다. 그뿐이랴. 국회에 나가 시정연설을 할 때는 첫눈을 내리게 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이제 농민들은 재해보험 넣을 필요도 없다. 박근혜대통령이 태풍도 막고 폭설도 막고 장마도 물리치시고….

무엇보다도 박근혜대통령의 진짜 능력은 따로 있다. 공안통치 능력 말이다. 자신에게 불리한 것은 모두 공안으로 몰아 정치가 아닌 통치를 만들어가는 능력이 탁월하다.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이러다가는 큰 코 다칠 수 있다. 한계에 다다르면 풍선은 터지고 만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모르는가.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정권예보가 빗나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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