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불동에서 만난 메주, 예쁘기도 하다

  • 입력 2013.11.15 15:36
  • 기자명 고은정 약선식생활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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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에서 살다보면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는 다른 삶의 지혜들이 있으니 과학적인 잣대를 가지고 대처하는 귀농한 젊은 사람들은 알 수 없는 것들이다.

그런 삶의 지혜 중 하나는 절기를 따라 사는 것인데, 태양력을 사용하며 사는 사람들에게는 낯선 문화가 될 수도 있겠지만 오랜 시간 음력과 절기를 통해 삶을 꾸려온 어르신들의 먹을거리의 갈무리가 그 대표적인 예가 된다.

도시에서 귀농한 젊은 사람들은 농사일이 끝나면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거나 아니면 그동안 미뤄두고 하지 못했던 일들을 시작하지만, 그 터에서 삶을 유지해온 어른들은 봄부터 키워 수확한 콩을 삶아 메주를 쑤고 긴 겨울동안 먹을 청국장을 띄운다. 때를 놓치지 않고 메주를 만들어 매달아 두어야 좋은 곰팡이가 번식해 잘 뜨기 때문이다.

며칠 전 경남지역에서 전통장류를 이용해 창업을 하려고 하는 사람들을 위한 교육을 40여 시간 하게 되었다. 함양군에는 마을에서 바라보면 건너편 지리산의 능선이 누워있는 부처님과 같아서 늘 부처님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그래서 마을이름도 견불동이라 불리는 곳인데 그 마을에 자리한 ‘견불동된장’집에서 기꺼이 장소를 내어준 덕에 가능한 교육이었다.

파리가 더 이상 활동을 하기 힘들만큼 적당히 날씨도 차가워졌으므로 메주 쑤기도 하고 장 담그기, 고추장·막장 담그기, 별미장 담그기, 재래방식의 장아찌와 전통장을 이용한 소스 만들기까지 다양한 수업이 진행되었다.

40kg이나 되는 많은 양의 콩이지만 정성들여 씻고 가마솥에 넣어 삶으면서 불 조절하기도 배우고 아까운 콩물을 넘기지 않기 위해 콩을 삶는 솥 앞을 지키면서 이야기꽃을 피웠다. 마지막에는 미리준비해둔 쌀가루를 얹어 시루떡도 쪄먹으면서 고추장메주를 만드는 방법도 교육을 했다.

너나없이 마음이 하나가 되어 손으로 비비는 작은 힘에도 뭉그러질 정도까지 삶은 콩을 찧고 다독여 메주를 만들고 짚 위에 가지런히 뉘였다. 못생긴 것의 대명사로 더 이상 메주란 단어를 쓰면 안 될 것 같다, 너무 예쁘다.

이제 메주의 겉이 마르고 좋은 곰팡이가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 짚으로 엮어 처마 밑에 매달고 겨울을 날 것이다. 그곳이 어느 곳이든 늦가을에 만들어지는 메주는 장으로 담겨질 날을 위해 자신을 삭히는 시간을 가지겠지만, 그러는 그 시간 동안 집집의 처마 밑에서 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멋진 풍경이 되어 소리 없이 빛나고 있을 것이다.

옛 문헌에 콩과 장(醬)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황대두(黃大豆)라 불리는 메주콩은 비위(脾胃)를 건실하게 하며 비(脾)의 기운이 허해서 오는 부종이나 대장이 허약해서 오는 습관성 변비, 골다공증, 고지혈증, 동맥경화, 고혈압, 당뇨병, 종기로 인해 생긴 독 등에 먹으면 효과가 있다.

흑대두(黑大豆)라 불리는 검정콩은 신장의 기운을 더하고 흐릿한 눈을 밝게 해주며 이뇨작용은 물론 해독작용이 뛰어나다.

간장이나 된장은 짜고 찬 성질을 가졌으나 독이 없으며 위장과 비장, 신장에 기운을 더하며 더위로 인해 가슴이 답답하고 갈증이 나는 것을 없애주며 임신 중의 요혈(尿血)에 도움이 되며 식중독, 약물 중독, 화상 등에 좋은 효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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