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문명을 바꿔야 쌀이 보인다

  • 입력 2013.11.15 13:42
  • 기자명 윤석원 중앙대 산업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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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원 중앙대 산업경제학 교수
최근 쌀 목표가격인상문제와 관련하여 더 이상 못올리겠다는 정부의 외고집을 보면서 두가지가 머리에 떠오른다. 하나는 이 머리좋은 사람들이 쌀목표가격이 좀 오른다 해도 쌀 생산량이 무조건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터인데 왠일일까 하는 점과, 또하나는 모든 농민들과 여야 국회의원 수십명이 소위 아우성을 치는데도 꼼작도 하지 않는 정부의 속셈은 무엇일까 하는 점이다.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근본적으로는 박근혜정부의 농정철학의 빈곤함과 식량주권에 대한 몰이해, 그리고 농업문명의 전환이라는 시대적 가치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몰역사성의 발로이다.

인류가 산업혁명 이후 21세기 현재까지 경제성장과 고도의 물질문명을 발전시켜온 것은 사실이나 20세기부터 만연한 신자유주의는 경쟁력지상주의와 물신주의에 의한 인간소외의 현상을 만연시켰다. 모든 가치의 핵심이 물질이다 보니 물질 이외의 가치에는 관심이 없다. 농산물 무역자유화를 통한 인류의 기아문제 해결은 요원해졌고, 국가간·개인간 소득격차는 양극화로 고착화 돼 가고 있다. 선진국은 자국의 기업이나 국민의 이익에 혈안이 돼 있고 인류 공영의 가치는 사라진지 오래다.

70억 세계 인구 중 제3세계의 인류 50억명 이상은 식량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있고 농산물의 국제시장은 다국적 기업이 무역과 유통을 장악하고 있다. 식량주권이 필요한 이유이다.

비료, 농약, 농기계를 사용하는 고투입, 고에너지 농법이 선진국을 중심으로 아직까지도 성행하고 있고 단작화를 위한 기업식 대규모 영농이 주축을 이루면서 생태계의 파괴는 물론 국제곡물시장의 왜곡을 초래하고 있다. 중·소농을 살려 농촌의 부흥을 기하고 중·소량 생산의 지역 사회 영농 방식으로 점차 교체되어 농업 부문의 탈석유화가 추진되어야 할 때이다.

또한 자연친화적인 정주형 농촌을 복원해야 한다. 도시문명의 무분별한 팽창은 결국 에너지 과소비형 문명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급하고 중요한 것은 농·어·산촌을 부흥시켜 인구와 산업을 분산하고 경제와 정주 체계에 있어서의 다양성을 높이고 집중도를 낮추는 것이다. 그래야만 향후 예상되는 기후 및 환경 변화에 보다 잘 대응할 수 있다.

농촌 사회를 복원함으로써 식량과 질병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정주 생활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농촌의 부흥으로 농업, 수산업 등 식량 생산에 있어서 다양성을 복원하는 것이 지구온난화로 예상되는 식량 위기에 대한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된다.

또한 지배의 문명을 극복하고 협력의 문명을 창출해야 한다. 물신주의에 입각한 경쟁력 지상주의에 의해 초래된 극심한 경제적 불평등은 사회적·정치적 불안정을 초래하며 경제의 효율 자체를 저하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혁명 이후 인류문명은 풍요로워 졌지만 그 풍요로움이 일부 선진국의 것일뿐 인류전체의 것이 되지 못한다면 21세기 인류문명은 전환되어야 한다.

결국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 인류문명, 산업문명, 농업문명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농업문명이 왜곡돼 있는 것이다. 이러한 농업문명으로는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기후환경변화에 의한 농업문명의 전환과 동시에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의한 농업문명의 전환이 함께 필요한 시대다.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의 미래를 기대할만 하게 하는 새로운 움직임들이 민간차원에서 전세계적으로 싹 트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작지만 강한 반 신자유주의 세계화 운동이 구체적인 형태로 이미 나타나고 있는 농업문명의 전환 움직임이다. 친환경유기생태농업, 로컬푸드운동, 학교급식운동, 어메니티 자원의 활용, 귀농.귀촌현상의 확산 등. 지금은 비록 작아 보일지 모르지만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는 꼭 가야할 길이며, 지구 전체의 농업·농촌·농민 문제 해결의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는 작은 열쇠이고 희망이다.

이러한 시대적 역사적 인식이 없이는 왜 쌀 목표가격을 왜 올려야 하는지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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