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업인 안전재해 보장법, 의무가입이 원칙”
“농어업인 안전재해 보장법, 의무가입이 원칙”
  • 원재정 기자
  • 승인 2013.11.10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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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안, 산재보험 수준 보험 상품으로
농민안, 고령농·소농 보호하는 사회보장제도로

농사를 지으면서 뜻하지 않게 발생하는 사고와 각종 질병에 대한 안전장치가 법안으로 마련될 예정이다. 농민들의 숙원이었던 만큼 환영해야 할 현장에선 정부법안을 수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의무가입 여부와 운영 주체 문제에 입장차가 큰 탓이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이동필)는 지난 9월 12일 ‘농어업인 안전재해 보장법(이하 농재법)’을 입법예고했다.

입법예고에 따르면 고령화와 농어촌 공동화로 인한 농촌 노동력 부족으로 농기계·농약 등의 의존률이 증가해 안전재해에 심각하게 노출돼 있으나 안전장치가 미흡한 수준이며, 민간보험사가 판매 중인 농업인 안전보험 상품은 법적 근거가 미약할 뿐 아니라 산재보험 대비 보장수준이 낮은 문제점이 있다. 이에 법을 제정, 재해 예방 교육을 강화해 재해 발생을 줄이고 재해 발생시 정당한 보상을 제공한다는 목적을 담고 있다.

농식품부 재해보험팀 관계자는 “입법예고 이후 지난달 19일까지 의견제출 기간을 가졌다. 현재 규제심사 중이며, 법제처 심사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내년 1월 정기국회에서 정부안과 국회 계류 중인 법안과의 병합심리 단계를 거쳐 2015년 농재법을 발효할 계획이다.

 

▲ 나주 영산포 농민약국은 농민들의 성금으로 1990년 4월 전국에서 제일 먼저 문을 열었다. 농재법 제정 운동의 출발도 이곳 농민약국에서다.

소외 농민 없도록 의무가입 조항 필수

농재법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법)’을 기초로 설계됐다.

산재법은 근로자가 업무와 관련된 사유로 부상, 질병, 장해 또는 사망한 경우 국가가 책임을 지는 사회보장제도다. 농재법 또한 농어업인이 농어작업시 발생한 재해를 국가 책임 하에 보상하는 한편 사전예방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다. 산업분야 전반을 아우르는 산재법과 농업을 특화한 농재법. 하지만 큰 차이가 있다.

산재법은 ‘의무가입’이라는 강제성을 띄는데 반해 농재법은 ‘임의가입’, 다시 말해 희망자에 한해 선택 가입한다는 점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농재법 논의를 앞서 주도해 온 농민약국(대표약사 이연임)은 “정부가 추진하는 법안은 다시 설계돼야 한다”고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농민약국 대표약사인 이연임 씨는 “농재법은 의무가입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희망자만 대상으로 농재법을 적용했을 때 고령농과 영세농은 가입을 꺼려해 사실상 사고대처에 가장 취약한 우선 보호대상 농민들이 또 한 번 법 테두리 밖으로 밀려난다는 것이 의무가입 주장의 첫 번째 이유다.

이 약사는 “긴 논의 끝에 2005년 농재법 초안을 만들고 전국농민회총연맹과 농민연대 등과 함께 꾸준히 법제화 요구를 해왔다. 2006년, 2007년 2차례 토론회와 워크숍을 진행할 때도 물론이지만 정부가 직접 의뢰한 연구용역에서도 사회보장제도의 일환으로 의무가입 방식 결론을 얻은 바 있다”면서 또 “새정부 들어 농재법 논의가 급진전 되면서, 지난 9월 공청회 때도 함께한 패널 모두 의무가입을 말했을 뿐 아니라, 19대 국회 시작 직후에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이 의무가입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의료보험 도입 초기 부진한 가입률을 들어 임의가입의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1963년에 출발한 의료보험은 임의보험으로 출발해 완전히 외면당했다가 결국 1979년 사회보험인 의무화로 다시 출발하면서 지금의 건강보험에 이르게 된 사실을 되새겨야 한다.”

민간보험사 아닌 전담 기관 설립

농재법을 운용하는 시행주체에 대한 문제제기도 이어졌다.

현재 정부안에 따르면 농재법에 대한 정책은 농식품부, 예방·교육은 농진청, 보험판매는 민간보험사 세 갈래로 분리돼 있다. 하지만 이는 효율성도 떨어질 뿐 아니라 여러 부작용이 있다는 지적. 현재 산재법을 총괄하는 산업재해관리공단과 같은 농재법 전담기관이 설립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연임 약사는 “산재보험은 사회보장제도라는 공적 기능을 산재공단에서 실현하고 있다. 민간보험사가 사보험으로 운영한다면 공익보다는 기업의 이익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또 재해를 줄이기 위한 예방정책에 힘을 쏟는다거나 안전교육을 어겼을 경우 징벌하는 권한 등을 갖기 어렵지 않겠나” 반문하면서 “의료보험공단이 암 조기예방검진을 실시하면서 암발생률을 줄이는 등 재해발생으로 소요되는 정부 예산을 줄이는 효과를 봐도 전담기관을 설립하는 것은 필요한 조치”라고 덧붙였다.

농식품부도 이같은 여론은 익히 알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6일 농식품부 재해보험팀 관계자는 “임의가입, 민간보험사 체제의 운용방식을 바꿀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농민약국 등에서 주장하는 사회보험방식으로 가면 근본취지는 담을 수 있지만 조직과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면서 “영세농, 고령농이 정책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우려는 충분히 고민하고 있다. 이런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 보험설계 단계에서 보완하고, 특히 시행령에서 충분히 다룰 수 있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회에는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이 ▲강제가입 ▲전담기관인 농작업안전보건원 설치 ▲대체인력으로 사용된 인건비 지급 중심의 법안을 발의했고, 김우남 민주당 의원이 ▲70% 이상 국고지원 ▲평균임금의 70% 상당 금액 휴업급여 지급 등을 담은 법안을 발의해 계류 중이다.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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