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귀비(楊貴妃) 그리고 진통제

  • 입력 2013.11.10 12:55
  • 기자명 한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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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귀비는 중국을 두 번 흔들었던 이름이다. 하나는 양귀비(본명 양옥환)로 당현종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여자다. 지금도 미인하면 양귀비를 떠올릴 정도지만 왕이 정사(政使)를 살피지 못하고 정사(情事)만 했으니 나라가 망하고 만다.

또 한 번은 아편 전쟁이다. 아편은 양귀비의 꽃봉오리에서 추출한 즙액이다. 이는 민간에서 삶아서 먹으면 배앓이를 그치게 하는 등 진통효과가 있다. 그러나 지나치면 환각과 중독이 강해 사람을 폐인으로 만들고 만다. 그런 이유로 국내에선 양귀비의 재배를 금하고 있다.

1840년 중국은 영국의 아편 밀매에 대한 폐해가 심해지자 아편 밀매를 엄격히 금했다. 아편 수출국이던 영국은 이에 항의했고 결국 두 나라는 전쟁을 치르게 됐다. 홍콩은 바로 승리한 영국이 손해배상으로 얻어낸 땅이다.

양귀비는 앵속과의 한두해살이 풀이다. 소아시아 지역이 원산지이나 전 세계로 일찍부터 퍼져 나갔다. 이집트에서는 기원전 1500년경에 이미 약효를 알고 이용했다고 한다.

17세기에 아편을 정제해서 모르핀을 만들어 냈다. 이것이 최초의 현대의약품이며 아스피린과 페니실린을 합쳐 세계 3대 의약품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13세기 정도에 유입된 것으로 보이며 민가에선 만병통치약처럼 쓰였다. 이는 양귀비의 진통효과 때문이다.

아편 자체로 치료가 되지 않으니 치료제가 아닌 진통제로 분류 될 수 있다. 그러나 의학에서 진통제와 치료제의 구분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진통제가 통증을 완하하면 사람이 안정을 찾게 되면서 몸 스스로 자연치유를 한다는 것이다.

전국이 적재투쟁으로 들썩인다. 여기저기서 볏가마를 쌓고 농민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목표가격 4,000원 인상안을 내놓고 요지부동이다. 정부는 쌀수입개방을 전제로 수입산 쌀 가격과의 차이를 좁히려 좀처럼 쌀 가격인상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농민들의 입장은 다르다. 당장의 생존권도 문제지만 농업기반이 무너질까 우려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앞으로 5년간의 목표값이 정해지면 농민들은 쌀값을 더받을 길이 없어진다. 물가는 오르고 투입비용은 많아지는데 나오는 소출이 묶여 있으면 농사를 지을 수 없지 않겠는가.

그런데 조선일보는 이런 상황을 두고 치료제를 주지 않고 진통제를 주려한다고 정부를 거들고 나섰다. 농민들이 올려 달라 요구한다고 국회가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진통제를 주어 통증만 가시게 하는 꼴이라고 한다.

그런데 진통제도 치료제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진통제로 스스로 건강해지도록 한다면 최고의 약효가 될 수 있다. 섣불리 치료제를 쓰거나 수술로 환자를 잡고 병원까지 망하는 수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제아무리 위험한 양귀비도 한때 국민치료제로 쓰였던 사실을 까마득히 잊었는가. 약은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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