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고추 가격폭락·거래끊김…“정부 추가수매가 답”

  • 입력 2013.11.03 20:44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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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건고추 수매가 지난달 끝났지만 고추농가 농민들은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 수매물량보다 남은 고추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이젠 폭락한 가격에서조차 거래가 없는 상태다. 정부의 추가수매가 유일한 대안이란 중론이다.

지난달 28일 정부 고추수매가 있었던 경북 청송군 부동농협 주유소 앞은 고추포대로 가득 들어찼다. 이 날 부동면 지역에 배정된 수매물량은 39톤(6만5,000근).

▲ "와 이리 고추가 가볍노..." 정부 건고추 수매가 지난달 끝났지만 고추농가 농민들은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 수매물량보다 남은 고추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수매현장에서 만난 농민들은 물량이 매우 부족하다며 얼굴을 펴지 못했다. 280kg을 정부수매로 배정받았다는 황성모씨(부동면 지리, 63)는 “아직 1.2톤 넘게 고추가 남았다”며 “시장보다는 정부수매가 가격이 높지만 이 양으론 품삯도 안 나온다”고 고개를 저었다.

건고추 340kg을 들고 수매현장에 나온 황국원(부동면 지리, 68)씨는 “적어도 kg당 1만5,000원은 나와야 생산비라도 건지는데 정부수매가마저 거기에 못 미친다”며 먹먹한 심정을 전했다. 그는 600kg이나 남은 고추를 걱정하면서 “내년 고추값도 보장할 수 없지만 고추 외에 뚜렷한 대체작목이 없다”고 말했다.

수매물량을 배정받았다고 안심할 수 없다. 수매현장에서 이뤄지는 즉석검사를 통과해야 한다. 검사원들은 선별을 잘했는지 보관을 오래했는지 고추를 가져온 농민들에게 물으며 고추포대를 이리저리 뒤섞어보거나 더러 포대의 고추를 쏟아서 검사하기도 했다. 1등급은 kg당 1만500원이며 2등급은 kg당 9,500원을 받았다.

강종찬 청송농협 과장대리는 “우리농협 관내에선 건고추가 2,000~2,400톤 남짓 생산될 것으로 보인다”며 “반면, 정부수매물량은 300톤 정도”라고 밝혔다. 그는 “농협도 다음달 자체적으로 계약 재배물량을 수매할 예정이다. 그 외에 지역농협 차원에선 여력이 없다”면서 “2차 수매가 꼭 필요한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한편, 지난달 25일 정부 고추수매가 마감된 경북 영주지역 고추농가 농민들은 “농락당한 기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영주농협이 배정받은 물량은 고작 17톤. 턱없이 적은 물량을 배정받아 수매를 포기한 농민들이 부지기수였다.

그러나 지역농협은 수수방관하는 모양새다. 김동조 영주농협 판매계 팀장은 “농민들의 요구를 다 들어줄 순 없는 것 아니냐. 전국적으로 모두 수매물량이 부족했다”고 해명했다.

장신덕씨(문수면 만방리, 54)는 “240kg을 신청했는데 15㎏을 배정하더라”며 “고추를 싣고 옮기는 운임도 안 나오는데 통상적으로 17~8% 수준인 수분함량을 15%로 맞춰라, 길이도 맞춰라하는 통에 그마저 포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밭에 끝물고추가 20% 남았는데 이젠 못 딴다”며 기막혀 했다.

실제 영주지역은 눈에 띄는 고추밭 중 고추를 다 딴 곳을 찾기 어려운 상태였다. 이순덕씨(문수면 수도리, 48)는 아직 빨간 고추가 무성히 달려있는 밭을 보여주면서 “세물째 따다가 관뒀다”고 얘기했다.

▲ 영주지역 농민 이순덕씨는 아직 빨간 고추가 무성히 달려있는 밭을 보여주면서 “세물째 따다가 관뒀다”고 얘기했다.

포기한 물량을 받아 수매현장을 찾았다가 낭패를 본 사례도 많았다. 김태완씨(단산면 단산리, 57)는 수매 첫 날인 24일 현장을 찾았지만 수분함량이 높다는 이유로 퇴짜를 맞았다. 역시 수매불가판정을 받았다는 한 농민은 “고작 20㎏ 한 포대를 배정받았다. 다시 가져가기 귀찮아서 그냥 포기했다”며 “불매도 아니고 포기도 아니고 더러워서 안 한다”고 격분하기도 했다.

지역 농민들은 한결같이 “2차 수매가 필수불가결한 상태”라며 “적어도 총 생산물량의 10%는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고추수매물량은 총 5,800톤으로 전국 건고추 생산물량의 5% 수준이다. 김태완씨는 “무엇보다 양이 문제다. 정부가 농민들 성질만 돋울 생각이라면 가격은 kg당 1만3,000원이라고 한 뒤에 수매물량을 반으로 줄이면 된다”고 진심이 담긴 푸념을 건넸다.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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