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엉의 재발견 우엉김치

  • 입력 2013.11.02 12:25
  • 기자명 고은정 약선식생활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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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나 대형마트에 갈 때마다 우엉이 눈에 들어온다. 우엉의 계절이 온 모양이다.

내가 살고 있는 지리산 주변에 귀농한 친구들은 밭에 돌이 많아서 그런지 마대자루에 흙을 담아 거기에 우엉을 심는다. 여느 농산물과는 달리 뿌리를 땅속 깊이 뻗기 때문에 캐기가 어려우니 마대자루에 키워 수확할 무렵이 되면 자루 속의 흙을 털어내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식구가 서넛뿐인 사람들이 식구들 한두 번 먹을 정도만 심는 방법이다.

친구들과는 달리 나는 우엉을 워낙 좋아해서 자주 먹기 때문에 그런 농사에 결코 만족하지 못하고 자주 우엉을 구입해 교육도 하고 밥상에도 올린다.

우엉은 경상북도나 경상남도의 곳곳에서 많이 생산되고 있지만 나는 주로 진주시 지수면 압사리의 우엉을 구입해 사용한다. 압사리는 남강을 끼고 자리한 마을이라 부드러운 사질토에서 우엉을 키우기 때문에 아래로 뻗는 기운도 남다르고 그렇게 자란 덕에 통통하니 살도 많고 향과 맛이 아주 좋다.

우엉을 식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뿐이라고 한다. 요즘은 우엉이라는 식재료의 건강함이 많이 알려져 젊은 사람들도 우엉을 이용한 음식을 자주 찾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우리가 식재료로 보고 있는 우엉을 한의학에서는 우방근(牛蒡根)이라고 부르며 폐와 위를 이롭게 하는 한약재로 보고 있다. 「중약대사전」에는 맛이 쓰고 성질이 차다고 기록되어 있으며, 「동의보감」에도 뿌리를 중풍, 종기 등에 사용하고 씨앗을 우방자 또는 악실이라고 하여 해독, 이뇨제 등으로 사용한다고 씌어 있다.

「본초급유」에서는 술에 담가 복용하면 풍을 제거하고 악성 종기를 치료한다고 하였으니 풍이 걱정되는 사람들이나 살성이 좋지 않은 사람들은 술에 담가 먹지 않더라도 우엉을 자주 먹으면 건강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또 우엉은 수분과 섬유질이 많고 100g 당 달랑 62kcal의 열량을 내므로 비만이 걱정인 사람들이 먹으면 체중 조절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엉이 함유하고 있는 섬유질이 철분의 체내 흡수를 방해하므로 가능하면 철분이 많은 식재료와는 같이 조리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며칠 전에는 전북형 슬로시티 사업에 예비지구로 지정된 우리 마을에서 슬로푸드 교육을 하고 간단하게 음식을 나눠먹는 시간을 가졌다. 그때 마을의 어머니들께서 요즘 해먹으면 아주 맛나다고 하시면서 우엉김치 담그는 법을 알려주셨다.

우엉을 썰어 물에 살짝 데쳐 김치를 담갔다고 하셨는데 그 물을 버리지 않고 풀을 쑤어 양념을 버무리셨다 하니 ‘우엉 데친 물이 참 아깝겠구나.’ 했던 내 속내를 들킨 것 같아 잠시 민망했었다.

몇 해 전 잊혀질까 두렵고 잃어버릴까 걱정되는 마을 어른들의 음식들을 찾아내고 재현해 보려는 모임을 만들었기로 지난 주말엔 모여서 우엉김치를 만들어 보았다. 아삭하고 상큼한 우엉향이 그대로 살아있는 김치가 게장이 아니라도 밥도둑이 될 만하였다.

어머니 신사임당이 돌아가시자 실의에 빠져 3년 동안 앓아누워 몸이 무척 쇠약해진 율곡선생이 우연히 우엉의 약효가 무척 뛰어난 것을 알고 하루도 빼놓지 않고 밥상에 우엉을 두어 건강을 찾았다고 하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 밥상에도 우엉김치가 있었는지 궁금한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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