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몸치료 받으라는 치과-좋은 치과

  • 입력 2013.11.01 13:27
  • 기자명 박두남 안성의료생협 차과의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 봄에 환갑 잔치를 하신 김필순 여사는 추석 이후 벼베기 및 깨틀기로 눈코 뜰새가 없습니다. 설상가상 지난 주부터 슬슬 아프기 시작한 오른쪽 아래 어금니가 이제는 가만 있기만 해도 아파서 밥은 오른쪽으로 전혀 먹지 못하며 손으로 어금니를 잡고 흔들면 건들건들 흔들립니다. 칫솔을 살짝 대기만 해도 피가 나고 아파서 양치질도 못하고 있습니다. 약국에서 지어다 먹은 약은 처음에 좀 듣는 듯 하더니, 이제는 먹으나 안 먹으나 똑 같습니다. 하는 수 없이 없는 시간을 내서 근처 치과를 갔습니다. 사진을 찌고 치과 의사가 입안을 들여다 보더니, 오른쪽 아래 큰 어금니 2개는 잇몸병이 너무 깊어서 빼야 하고 나머지 치아들도 잇몸병이 깊어서 꼭 잇몸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아니 내 평생, 이 하나는 튼튼해서 치과에 온게 손가락으로 꼽을 만한데,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잇몸치료를 받으려면 최소한 4번을 더 오라고 하니, 일이 바빠서 씻을 시간도 없는데 나 참.>

오늘은 ‘잇몸치료 받으라는 치과-좋은 치과’라는 얘기를 해 볼까 합니다. 제 의견에 찬성하지 못하는 분들도 계시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여러 반대의견들에도 불구하고 잇몸치료 받으라고 권하는 치과는 좋은 치과라는 것을 다시 강하게 주장합니다. 그 이유를 찾기 위해 다시 김필순 여사에게 돌아가 보겠습니다.

김필순 여사A: 의사에게 우선 너무 바쁘니 안 아프게 하는 약만 처방해 달라고 하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그 뒤 오른쪽 아래는 좀 가라앉았지만 식사는 전혀 하지 못해서 왼쪽으로만 사용하게 됩니다. 몇 개월 후에 오른쪽 아래 큰 어금니 2개는 저절로 빠지고 비슷한 증상이 왼쪽 위 어금니에 나타나게 됩니다. 이제는 왼쪽으로 밥이나 푹 익힌 무, 두부 같은 것은 먹을 수 있지만 김치나 나물, 고기는 전혀 씹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2~3년을 지내다가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다른 치과에 가서 상담을 받고 위 아래 9개의 치아를 빼고 6개의 치아를 씌우고 틀니를 하게 되었습니다.

김필순 여사B: 그냥 두면 치아를 다 빼야 할 지도 모른다는 소리에 없는 시간을 쪼개서 잇몸 치료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오른쪽 아래 어금니 두 개를 빼고 나니 씹을 때 부딪혀 아픈 것이 없어져서 작은 어금니로나마 오른쪽으로 씹는 것도 가능해졌습니다. 잇몸치료를 하고 나서 좀 시리고 이 사이에 틈이 생겨 음식물이 더 잘 끼는 것 같기는 한데, 신기하게도 잇몸에서 피가 나고 흔들리던 것이 점점 좋아졌습니다. 가르쳐준 양치질을 따라 해 보지만 잘 되지 않는데 매번 검사를 해 주며 안되는 것은 다시 가르쳐 주는 것도 너무 좋습니다. 가장 좋은 것은 씹는 힘이 전보다 좋아져서 아주 질기거나 딱딱한 것이 아니면 무난히 씹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잇몸이 나쁘니 6개월 마다 정기검진을 받으라고 합니다.

잇몸병은 ‘덜 아파서 아주 고약한 병’입니다. 무슨 소리냐구요?

우리가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잇몸병은 사실 잇몸의 병이 아니라 잇몸 아래에 있는 뼈(치조골)의 질환이며 정식 명식은 치주염(치아주위 조직, 특히 치조골에 생긴 염증)입니다. 치아에 충치(우식)가 생겨 신경이 손상되면 굉장히 아프다는 것을 대부분 알고 계실 것입니다. 너무 아파서 잘 수도 없고, 먹을 수도 없고, 일 할 수도 없어서 대부분 바로 치과로 가서 치료를 받습니다. 때우거나 신경치료를 받으면 통증은 대부분 사라지고 치아는 빼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나 치주염으로 너무 아픈 상황이 되면 치아주위 뼈(치조골)가 거의 없어져서 빼는 것 이외에는 치료법이 없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다시 말해 치주염이 생기면 내가 느끼는 통증 정도 보다 치아주위 조직의 상태는 훨씬 더 나쁘다는 것입니다. 잘 참고 무던한 분들이 오히려 치주염을 키우게 됩니다.

한번 없어진 치조골은 자연적으로 생기지 않습니다. 치과의사는 사라지고 있는 뼈를 보면 가슴이 아픕니다. 뼈는 치아 뿌리의 반 이상 없어졌는데, 환자는 크게 불편함이 없어서 잇몸치료를 안 받겠다고 하면 구구절절 설명을 해보지만, 효과가 없습니다. 그래도 의사니까, 오늘도 구구절절 설명을 합니다. 혹 내 말을 듣고 잇몸치료를 받으러 오실 분을 기다리며.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