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 위의 비밀병기 소래포구 새우

  • 입력 2013.10.19 13:59
  • 기자명 고은정 약선식생활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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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밥상엔 늘 양념한 새우젓이 올라 있었다.

다진 파 마늘, 매콤한 고춧가루, 볶은 참깨, 그리고 참기름이 적당하게 조화를 이룬 새우젓, 어쩌다가 어머니의 마음이 바뀌면 밥솥에 얹어 쪄내기도 하였던 거친 식감의 그 새우젓들은 참 지루하고 재미없는 밑반찬이었다.

결혼을 하고 내 스스로 밥상을 차리게 되면서 마땅한 반찬이 없는 날에는 가끔 어머니 흉내를 내어 새우젓을 조물조물 양념하여 상에 올리니 갯가 출신인 남편이 좋아하였다. 덩달아 나도 먹어보니 새우 알알이 입 안에서 터지며 제법 쓸 만한 반찬이 된다.

두부찌개의 간을 할 때나 호박을 나물로 볶을 땐 편한 재료 중의 하나가 새우젓이므로 몹시 짜지만 요긴하기 이를 데 없다.

새우젓은 담그는 시기에 따라 그 이름이 사뭇 다르다. 이른 봄인 2~3월에 어린 새우로 담그는 것은 곤쟁이젓이라 하고, 무침이나 수육에 주로 사용하는 희고 깨끗한 세하젓은 겨울에 담그는 새우젓의 다른 이름이다.

음력 6월에 담아 크기가 크고 살이 통통하며 흰 바탕에 붉은 색이 섞인 새우젓은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육젓이다. 육젓만은 못하지만 그 못지않게 사랑을 받는 것으로 오젓도 있다. 비교적 김장을 많이 하는 나는 경제적인 이유도 있고 맛도 그만그만하므로 김장용새우젓으로는 오젓을 주로 쓴다.

새댁이었던 어느 해에 나는 이웃을 따라 소래포구로 새우젓 담을 새우를 사러 나선 일도 있었다. 거기서 새우젓과는 또 다른 새우인 대하(對蝦)를 만났다. 지금처럼 새우구이를 대중적으로 많이 먹는 때가 아니어서 나에게는 참으로 신기한 경험이었다.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을 참고 몇 마리 사다가 쪄서 먹고 남은 머리도 아까워 버터에 튀기듯 다시 구워 먹었던 기억도 새삼스럽다.

장수와 호사스러움의 상징인 새우는 그 모습이 허리를 구부리고 있는 노인의 모습과 닮았다고 하여 해로(海老)라 불린다.

특히 바다의 귀족으로 불리는 대하(對蝦)는 짝을 짓고 있는 경우가 많아 그 이름이 대하로 붙여졌다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는데, 새우의 그런 특성이 남성의 양기를 북돋워주고 힘의 원천인 신장을 튼튼하게 하고 강장하는 효능으로 작용하는 것일 게다.

중국의 고문헌인 <본초강목>에도 보면 ‘결혼 전 남성은 새우를 먹지 마라’, ‘혼자 여행을 하는 남성은 새우를 먹지 마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아무리 건강에 좋은 새우라 해도 너무 많이 먹으면 몸에 열을 만들고 중풍이나 종기 등이 생기기 쉽다고 하니 적당히 먹는 절제도 필요하다.

대하는 산란 직전인 3~4월과 월동하기 직전인 10~11월이 제철이라 한다. 인천에 교육이 있어 다녀오는 길에 마침 제철인 새우가 생각나서 소래엘 갔었다.

새내기주부였을 때 김장거리 사가지고 칼바람 속에 건너던 다리가 지금은 추억으로만 남았고 그 북적거리던 김장철의 어시장은 평일이라 그런지 그런대로 한산하니 옛 맛은 사라지고 없었다. 게다가 어시장 앞은 여느 대도시의 유흥가 같은 분위기라 괜한 걸음을 했나 하는 후회도 잠깐 했다.

하지만 며칠 후 우리 집 밥상엔 그렇게 다녀온 소래포구의 새우로 만든 새우장이 오를 것이다. 짭조름한 간장이 적절히 배어든 새우살의 달콤함이 입 안에서 끝날 즈음엔 남은 간장에 계란프라이와 함께 비비는 밥의 향연이 나를 기다리고 있으니 그것으로 충분히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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