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아닌 서로를 돌보는 본래의 농사꾼으로

이현민 더불어함께전북지역개발협동조합 이사장

  • 입력 2013.10.13 20:33
  • 기자명 어청식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돈 중심의 경제논리가 아닌 사람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제적 결사체가 협동조합이다. 전북지역의 협동조합을 비롯한 사회적 경제 주체들의 연합체 ‘더불어함께전북지역개발협동조합’ 이현민 이사장을 만나봤다. <어청식 기자>

최근 협동조합 기본법 발효 후 우후죽순처럼 협동조합들이 생겨나고 있다. 기대도 크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많다.

 - 최근 협동조합 붐이 일고 있는 것에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하나는 정부에서 주도되고 있는 점이고 또 하나는 기존 사회적 경제 활성화 정책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실 협동조합 기본법이 제정되기 이전에 이미 사회적 기업이나 자활공동체, 마을기업 등 사회적 경제 영역은 계속해서 이어져 왔다. 오랫동안 추진해 왔지만 사실 일자리 문제나 복지 영역에서 제대로 안착하지 못한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정부가 기존 사회적기업과 마을기업에서 효과를 크게 못 보니 협동조합으로 갈아타려고 하는 식으로 접근을 하면 곤란하다. 협동조합이 새롭게 제안되면서 기존 사회적 기업, 자활공동체 등은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건지 알 수 없다. 기존 정책에 문제가 있으면 무엇이 문제였는지 철저히 정책을 평가해야 한다. 또 협동조합은 기획재정부, 사회적기업은 고용노동부, 자활은 보건복지부, 마을기업은 안전행정부가 관리하는 칸막이 행정이 여전하다. 이를 얼마나 극복하고 얼마나 서로 협력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협동조합 기본법 발효 이후 새롭게 협동조합이 많이 생기면서 사회적 경제 내부에서 출혈경쟁이 일어난다는 지적이 있다.

 - 지금 전북에 약 5,000개소의 사회적 경제 주체인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등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이 생산해내는 경제적 가치가 무려 1조 9,000억원에 이를 정도로 다양한 공공적 사업, 복지 사업 등을 하고 있는데 이 영역을 무시하고 같은 영역에 또 다시 협동조합을 만든다면 경쟁체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최근 협동조합이 난립하는 문제는 아무래도 지자체와 정부 주도로 인해 발생한 문제점이다. 전북이 서울 다음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이 협동조합을 만들었는데 실제로 활동하는 협동조합은 절반 수준이고 절반가량은 개점휴업 상태다. 만들기만 급급했지 꼭 협동조합이 필요했는지, 사업 준비는 제대로 했고 구성원에게 협동조합 교육이 돼 있는지는 점검하지 않았다. 경쟁적으로 숫자만 채우는 식으로 협동조합을 만든다고 협동조합 생태계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제는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중요하다. 많이 만들기보단 제대로 된 협동조합을 만들고 지역에 안착시켜서 많은 사람들에게 선례로 보여줘야 할 때다. 이런 역할을 수행하려고 만든 것이 전북지역개발협동조합이다.

경쟁하는 수준을 넘어 서로 협동하고 연대하는 것, 어떻게 만들어 낼 수 있는지?

 - 원래 협동조합 원리가 개인의 필요를 공동의 필요로 조직하는 것이다. 지금 마을 만들기 사업, 협동조합 등 다 따로 놀고 있는데 같은 주제로 연합체도 만들 수 있고 내부거래도 충분히 가능하다. 우리가 계속해서 각 시군협동조합에 교육을 다니는 이유도 원료와 생산 가공, 판매 등 우리 내부에서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다. 예를 들면 된장을 상품화하는 공장 옆 마을에 두부를 생산하는 공장이 있다면 콩을 생산하는 협동조합을 같이 만들든가, 공동으로 농민들과 함께 조직해서 콩 구매처를 확보하는 방법이 있다. 이렇게 해서 연대를 통해 비용을 줄이는 방법이 있다. 지자체의 공동구매의무제도를 통해 시장을 넓히는 방법도 있다. 지자체는 적어도 10~20%씩 일정한 분량을 환경상품이나 사회적 소외 계층의 상품을 구매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개별 사회적 기업과 마을기업이 신청하면 형평성에 안 맞는다고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내부에서 협동하고 연대하면 비용을 줄여 향토기업에 경쟁력도 생기고 넓은 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 이런 것이 내부거래의 시너지 효과다.

마지막으로 농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농업이란 것 자체가 지금껏 협동에 의해서 만들어진 산업이다. 농촌과 농민 역시 상부상조했던 관계망 속에서 지켜져 온 것이다. 본래 협동조합은 농심에 가장 적합한 조직이다. 우리가 급속한 도시화와 잘못된 정부 정책으로 농심을 잊어버리거나 놓치고 경쟁에 매몰되어 왔다면 이제 이를 털어내고 서로가 서로를 돌보는 원래 농사꾼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농민들이 자주와 자치의 정신을 절박한 마음으로 되찾고 건강한 사회적 경제 생태계를 만들어내면 농협 개혁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농협과 기본법상 협동조합은 별개의 것이 아니다. 일반 협동조합이 활성화 되면 자연스레 농협개혁에도 영향을 미친다. 협동조합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조상 대대로 내려온 두레, 품앗이, 향약이 다 협동조합의 원형이었다. 조상이 우리에게 물려주신 협동조합적 가치를 재해석하고 혁신해서 계승해 나가야 한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