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떠들썩팔랑나비

  • 입력 2013.10.12 10:42
  • 기자명 한도숙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석주명이란 사람이 있었다. 세칭 나비박사로 불린다.

일제가 조선의 모든 것을 수탈해가려고 조선의 토지, 산물, 식생 하다못해 조선인의 성격까지 기초조사를 벌였다. 그중에 나비에 관련한 자료를 보고 석주명은 뭔가 잘못됐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는 교직생활을 하면서도 제주도를 포함한 전국각지의 나비를 채집해 우리나라 나비의 근거를 정확하게 밝혀 놓았다.

248종의 나비를 분류하고 표본하여 개성송도중학교 박물관에 전시한 것을 우연히 발견한 미국학자에 의해 미국학술원 후원을 받아 이후 연구에 재정적 도움을 받기도 했다.

석주명을 떠올리는 것은 그가 훌륭한 학자라서가 아니다. 그가 세계30명밖에 안 되는 나비학회 회원이라서도 아니다. 바로 한글날이라서 그의 이름이 떠오른 것이다.

그는 조선의 나비를 분류하면서 기존의 이름이 없는 나비를 특이한 방식으로 명명했다. 그 이름중 하나가 ‘유리창떠들썩팔랑나비’다.

일제에 의해 분류되고 이름과 학명이 붙여진 동식물, 곤충류만도 수 만 가지다. 석주명은 나비만이라도 조선적 생물학을 적용하고자 욕심을 냈다. 이름을 떠올리기만 해도 그 나비가 어디 사는지 어떤 행동으로 특징되는지를 알아차릴 수 있는 아름다운 우리말을 끄집어낼 수 있었던건 단지 민족적 울분만은 아니었다.

봄처녀나비, 공작나비, 뱀눈그늘나비, 선녀부전나비, 구름표범나비, 청띠제비나비… 석주명의 혜안 덕분에 우리나라 나비는 거의 예쁜 우리이름으로 불려지고 있다.

R&D, 식품클러스터, 노하우, 허브 “일본 식품기업, 식품안전성 확보와 수출 전략 거점 위해 국가식품클러스터 선택”(10/9) 제고, 인프라, 브랜드인증 “13년 전국 도축장 HACCP 운용수준 평가”(10/8) 한글날과 전날 발표한 농식품부의 보도자료다. 정부의 한글날 행사를 무색케한다.

보도자료는 신문들이 농민들을 상대로 보도를 통해 알리는 글이다. 보도자료 한 건마다 평균 2.8회 꼴로 외래어가 표기 된다고 하니 우리말의 영어종속의 이유를 알 것 같다. 그러니 상업성 문구와 연예오락에서 사용하는 말들이야 오죽하랴.

그런데 이렇게 알아듣지 못할 말을 쓰는 이유가 있을 것 같다. 물론 지식인들이 자신들의 허위를 감추려고 사용한다는 비난도 있다. 그보다는 지배권력의 치밀한 계획이다.

세종대왕이 백성들의 소통을 위해 한글을 창제하지만 최만리를 비롯한 기득권력을 가진자들의 반대 이유가 뭐였나를 생각해보면 답은 나온다. 농식품부가 보도자료를 농민들이 알아먹지 못 할 언어로 만들어 내는 이유도 위와 다르지 않다.

농민과의 진정한 소통을 바란다면 돼먹지 못한 꼬부랑글자와 말부터 우리 것으로 순화하는 노력이 앞서야 하지 않겠나.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